매일신문

[계산동에서] 어수선한 대구시청

대구시청이 영 어수선하다. 단순히 분위기가 뒤숭숭한 정도가 아니라 일 하려는 직원들의 사기까지 꺾어 놓는 수준이라 걱정스럽다.

잇따라 터지는 고위직들의 비위로 시민들에게 公僕(공복)으로서의 염치를 잃은 게 우선 드러난 사실. 사건 하나가 불거졌다 겨우 숙질 만하면 또다시 터지기를 몇 번이나 되풀이하다 보니 직원들 사이엔 "주위에 더 변명하기도 부끄럽다"며 체념하는 모습이 익숙해졌다.

이명박 정부 들어 몇차례 발표만 되풀이되고 있는 조직개편과 공무원 감축 방안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원인이다. "제대로 추진되지도 않는데 변죽만 울리다 보니 공무원은 불필요하게 머릿수만 많다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주고 있다"는 비난이 커지고 있다. 대구시의 경우 최근 공석이 된 과장(4급) 3명에 대한 후속 인사가 나지 않자 '3개과 폐지'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듯하다. 3개 과가 줄어들면 사무관(5급) 자리만 10개 가까이 줄어드니 승진 대기자는 물론 승진시험을 준비하는 직원들도 속을 태우고 있다.

이런 내용이라면 새 정부 초기에 '잘 안 풀리는' 기관에서 흔히 보이는 정도라고 넘어갈 수도 있겠다. 하지만 대구시의 경우 드러나지 않은 혼선이 심각해 대대적인 개편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적잖다.

우선 업무의 꼬임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게 문제. 예컨대 동대구 역세권 개발은 사업을 기획, 추진해온 정책개발담당관실이 낙동강운하추진단으로 바뀌면서 업무는 그대로 남아 보는 이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그러면서 역세권 개발의 1단계 사업인 환승센터 건립은 대중교통과가 맡고 있다. 신천과 금호강의 종합개발은 건설방재국에서 진행하면서 금호강 물을 신천으로 흘리는 사업은 환경녹지국에서 추진하고 있다.

김범일 시장의 핵심 공약 가운데 하나인 도시디자인 분야는 추진 의지를 의심하게 만든다. 도시디자인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서울시처럼 부시장급 추진단장이라도 못 두겠냐고 공언했지만 도시주택본부 산하에 팀 하나 만드는 데 그쳤다. 그마저 몇 달째 책임자를 정하지 못했다. 김 시장은 "마땅한 사람이 없어 답답하다"고 하지만 지금껏 못 찾은 적임자가 갑자기 나타날 리 없으니 해결할 길도 요원해 보인다. 그러다 보니 도심 근대골목정비, 동성로 정비,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추진 등 도시디자인과 밀접하게 연계된 업무들이 지휘본부 없이 제각기 다른 과에서 추진돼 일관성 부족과 비효율 우려가 높다.

더 큰 문제는 시장에서부터 9급 직원에 이르기까지 종횡간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위에서 예로 든 사안들은 대개 시청 내부의 대화와 조정 기능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어렵지 않게 풀 수 있는 것들이지만 방치되다 보니 '이 일이 왜 우리 업무냐''좋은 일은 왜 저쪽에만 맡기느냐'는 식의 내부 불만이 쌓이고 있다.

국(局) 내부 인사를 국장 손에 맡김으로써 소통을 더 막았다는 비판도 많다. 업무의 전문성을 높이거나 적재적소에 사람을 배치하기는 좋아졌지만, 다른 국이 어찌 돌아가고 업무가 어찌 꼬이든 우리 국장에게만 잘 보이면 좋은 보직을 받고 승진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는 '국 이기주의'를 키우고 있다는 얘기다.

대구시는 이달 중에 본청과 산하기관, 구군청의 4급 이상 간부 전체를 대상으로 1박2일짜리 워크숍을 열 계획이다. 새로운 일을 기획하기보다 저마다 지난 과정을 되돌아보고 잘잘못을 따져 새롭게 출발하는 계기를 만들자는 취지라고 한다. 꽉 막힌 구조는 외면한 채 공허한 결의만 다지는 자리가 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김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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