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김남현(42·대구 남구)씨는 이틀 전 제수용 닭을 사기 위해 재래시장에 들렀다 낭패를 봤다. 닭 가게 세 군데를 찾았지만 닭을 구할 수 없었다. 김씨는 "가게 주인마다 조류 독감때 닭들이 너무 많이 살처분돼 닭을 확보하는 일이 어렵다고 하더라"고 했다. 그는 결국 집 부근의 치킨가게에서 닭을 구입해 제사상에 올렸다.
AI(조류인플루엔자) 파동으로 우려됐던 '닭고기 대란'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4, 5월 전국을 강타한 AI 파동 때 전국에서 840여만마리의 닭, 오리 등이 한꺼번에 살처분되면서 시중에 닭 공급이 줄어들고 품귀현상까지 빚고 있다. 경산의 한 양계농가 운영자는 "살처분이 4월에 집중된데다 계란까지 폐기처분하면서 5월까지 부화된 병아리가 격감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화물연대 파업도 생닭 공급에 차질을 주고 있다. 경북 상주의 국내 최대 육계생산공장인 (주)올품은 "생닭 포장용 박스를 공급받지 못하는데다 육계 운송도 여의치 않아 학교 급식용만 배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때문에 닭고기 가격은 급상승하고 있다. 대구 성서홈플러스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 1㎏짜리 닭 1마리 가격은 5천200원으로, 이달 첫 주 4천900원에 비해 300원이나 올랐다. 5월 마지막 주 4천700원에 비하면 보름 사이에 500원이나 비싸졌다. 성서홈플러스 장준철 과장은 "닭고기 취급 점포당 매출이 지난달 200만원에서 이달 700만원으로 3배 이상 뛰었다"며 "지난해 매출의 70% 수준이지만 닭고기 소비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조리된 닭을 파는 일부 치킨점들은 마리당 1천원씩 올려 팔고 있다.
일부에서는 닭을 사재기하는 현상이 빚어져 닭고기 품귀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삼계탕 가게에 닭고기를 공급하는 경북의 한 도매업주 최모(46)씨는 지난달부터 닭 5천마리를 사들여 1주일째 냉동창고에 보관중이다. 다가올 복날을 맞아 육계 가격이 오를 것을 예상해 미리 물량을 확보했다. 최씨는 "7, 8월 성수기에 닭 가격이 분명히 뛸 것"이라고 말했다. 달서구 성서공단에서 닭고기가공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정모(50)씨도 "7월이 되면 심각한 품귀현상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수요가 줄어든데다 닭품귀 현상까지 겹쳐 휴·폐업에 들어간 음식점, 치킨점들도 적지 않다. 중구의 한 삼계탕집 주인 박모(50)씨는 "한달 내내 장사해도 월세도 못 낸다. 이제 닭고기까지 못 구하면 여름철 특수를 놓치게 생겼다"고 울상을 지었다.
한국음식업중앙회 대구지회 변정열 과장은 "닭·오리 음식점 매출이 80% 정도 줄어든데다 생닭 가격도 평균 10% 이상 올라 휴·폐업을 고려중인 음식점들이 많다"며 "음식점들이 모두 길거리에 나앉을 판"이라고 했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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