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동해바다와 신비한 동굴의 세계가 숨쉬는 삼척. 그 중에서도 신기면 대이리 대금굴은 입구가 외부와 차단돼 그 동안 존재 조차 알 수 없었다. 다만 예부터 지하에서 물길이 흘러내려 막연하게 동굴이 있을 거란 추측만 해 왔다. 그러던 중 '삼척 세계동굴엑스포(2002년)' 개최를 준비하면서 4년에 걸쳐 동굴실체를 탐문한 끝에 2003년 대금굴이 마침내 발견됐고 이후 다시 3년에 걸친 시설물 설치 후 지난해 6월부터 재공개됐다. 백두대간의 지맥인 덕항산 중턱 해발 400m지점에 위치한 대금굴은 총 연장 1.61km로 5억 3천만년 전부터 태고의 신비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을 뿐 아니라 현재도 계속 동굴생성이 진행 중인 지하생태궁전인 까닭에 대이리 일대 7개의 동굴 중 가장 생생한 동굴의 세계를 자랑하고 있다. 그 신비의 땅속으로 발을 내디뎠다.
#대자연이 빚은 지하세계
대금굴 입구는 깎아지른 산 중턱에 자리해'은하열차'로 불리는 모노레일로만 접근 가능하다. 길이 610m에 7분간 운영된다. 동굴입구에서는 우렁찬 물줄기가 하얀 폭포를 이루며 대이천으로 흘러내리고 있다. 그 옆을 지나 캄캄한 140m의 암벽터널을 통과하면 지하세상인 대금굴 내부 동굴광장에 다다른다.
대금굴의 가장 큰 특징은 근원지를 알 수 없는 많은 양의 동굴수가 내부를 흐르며 여러 개의 크고 작은 폭포와 동굴호수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동굴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걸음을 뗀지 얼마 되지 않아 굉음의 물소리가 들린다. 높이 8m의 비룡폭포다. 수억년을 흘러내린 그 웅장한 자태는 여느 계곡 유명폭포의 위용에 못지않다.
관람을 위해 설치된 철 계단 밑과 옆으로 어디서 흘러나왔는지 모를 많은 양의 동굴수가 마치 계곡물처럼 포말을 일으키며 흘러가고 있다. 동굴 안은 때론 확 트이고 때론 머리를 숙여야 겨우 지나갈 정도지만 곳곳에 대자연이 빚어낸 걸작품들은 은은한 조명을 받아 신비감을 더해준다.
동굴수가 넘쳐흐르는 석회암 바닥엔 작은 호수가 형성돼 있고 그 위로 계단식 논두렁 형상의 휴석소가 있는가 하면 깊이를 짐작하기 힘든 용소를 가로지르는 부잔교를 건널 때면 등골이 오싹하다. 동굴 안은 평균기온이 14℃, 습도는 95%를 넘고 있다.
중간지점을 돌아들 즈음, 동굴내부의 암석들이 무너져 내리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동굴 안 또 다른 동굴 아래에 섰다. 머리 위로 집채만 한 암석이 굴러 떨어지다가 서로의 몸을 의지해 멈추면서 하나의 공동(空洞)을 만들어 낸 곳이다. 순간 아찔한 기분을 떨쳐버릴 수 없다.
#신비의 동굴 조형물
대금굴 최고의 볼거리는 만물상광장에 모여 있다. 특히 지름 5cm에 높이 3.5m의 막대형 석순은 국내 최대 길이를 자랑한다. 자연이 수억년 공을 들인 결과물이다. 광장 한 벽면에는 원숭이가 나무에 거꾸로 매달린 형상 옆에 뱀이 지나가는가 싶더니 뱀 꼬리부분에서 다시 새의 형상이 돋을새김 돼 있다. 어느 조각가가 저토록 정교한 작품을 새겨낼 수 있을까.
머리를 들어 천장을 보면 길고 짧은 종유석이 아래로 향해 자라고 있다. 속이 빈 종유관도 보인다. 종유관이 있다는 것은 동굴이 아직도 생성중이라는 증거다. 동굴수가 갈라진 바위 틈 사이로 흐르면서 띠 모양으로 넓게 형성된 커튼 종유석과 둥글게 뭉치면서 방패모양을 닮은 방패종유석도 눈에 띤다. 벽면엔 바위를 얇게 저미듯 형성된 베이컨 시트도 있다.
발 아래로는 석순이 종유석을 향해 위로 솟구치고 있다. 이 둘이 만나면 석주가 된다. 천장에서 떨어진 석회 동굴수에 의해 바닥에는 석순이 돋고 있다. 석순 중엔 석회성분이 뭉쳐 하얀 공 모양을 한 에그후라이 석순은 앙증맞기까지 하다. 모두가 석회성분을 함유한 동굴수가 흐르면서 오랜 세월에 걸친 침식작용의 결과들이다.
#끝나지 않은 대금굴 탐문
대금굴 관람의 마지막 장소인 천지연은 주위가 백두산의 천지를 닮았다. 비취빛 맑은 물은 어두컴컴한 동굴 속임에도 바닥이 환히 드러나 있다. 가장 깊은 곳이 수심 9m를 넘는다. 천지연 동굴 벽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기에 다시 동굴회화벽화가 펼쳐진다. 암석 사이로 진흙이 흘러내리면서 형성된 부처의 상들과 두 집게발을 벌이고 있는 가재형상이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천지연 깊은 물 저 건너편에 미지의 검은 동공이 연결돼 있다. 수중을 통해 다시 동굴이 이어지는 대금굴 미지의 영역이다.
약 1시간 30분에 걸친 대금굴 관람을 마치고 나오면 우렁찬 동굴수의 굉음과 갖가지 형상의 조형물 잔영들이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다. 아쉬움을 달래려면 대금굴 모노레일 승강장에서 나와 30분쯤 걸어가면 환선굴이 있다. 대금굴 입장권이 있으면 환선굴 입장은 무료다.
▷대금굴 관람료는 어른 1만2천원, 청소년·군인 8천500원, 어린이 6천원. 인터넷 예약 필수.
◇대금굴 가는 길=7번 국도를 따라 삼척까지 올라간 다음 삼척시를 통과해 태백과 도계방면 38번국도로 접어들어 환선굴·대금굴 이정표를 따라 가면 신기면 대이리 군립공원 관문이 나온다.
▩관동팔경의 제일루-죽서루
삼척 성내동을 흐르는 오십천 절벽 위에 세워진 죽서루(竹西樓)는 12세기 후반 자연암반에 건축된 누각으로 자연주의 건축미의 진수를 보여주는 관동팔경 중 으뜸이다.
정면 7칸 측면 2칸의 누각은 13개의 기둥 중 9개가 자연암반을 기초로 하고 있으며 겹처마의 팔작지붕에 마루는 넓은 널을 잘게 잘라 끼워놓은 우물마루이며 천장은 연등천장으로 꾸며져 있다. 왼편엔 툇간(덩달아 낸 칸)이 있으며 써까래에 조선 숙종과 정조, 이이 등의 명사 시가 제영으로 걸려 있다. 오십천 절벽에 지워져 풍광이 아름답고 여름이면 시원한 산들바람이 누각을 스치고 지나가면서 시원한 피서처를 제공하는 곳으로 이름 나 있다.
우물마루에 큰 대자로 드러눕자 시원한 기운이 척추를 타고 온몸을 엄습, 초여름 오후 졸음이 밀려올 정도이다. 주변엔 삼척읍성지 표석을 비롯해 용문바위 성혈(풍요와 다산을 상징하는 선사시대 상징물)유적과 송강정철 가사의 터 표석이 함께 있다.
▩아름다운 어촌항구 갈남항과 해신당 공원
7번국도를 따라 북으로 가다가 경북을 벗어나 강원도로 접어들어 약 20분 정도 가면 갈남1리 갈남항이 있다. 에머랄드빛 바닷물과 고즈넉한 어촌 풍경, 그 앞바다에 떠있는 작은 무인섬 오륙도가 한 폭의 그림 같은 갈남항은 '아름다운 어촌 100선'에 선정될 만큼 빼어난 풍광을 간직하고 있다. 7번국도 변에 널찍한 나무데크 전망대에선 어촌과 바다, 무인섬을 조망할 수 있다.
한편 갈남 2리 바닷가에서는 수 많은 남근 조각작품과 습지생태공원으로 조성된 성(性) 민속공원인 해신당공원이 있다. 거대한 철제 남근조각상과 나무 남근조각상이 해안 길을 따라 줄지어 있는 가운데 대형 영상수족관과 어촌민속전시관 등을 둘러 볼 수도 있다. 요즘엔 인근 바닷가에서 자라는 밤나무가 하얀 꽃을 피워 해신당공원의 분위기를 더욱 야릇하게 만들고 있다.
◇먹을거리-메밀막국수
삼척시에서 대금굴 가는 38번국도 변의 '부일막국수(033-572-1277)'는 전통적인 영동지방 막국수의 맥을 잇고 있다. 메밀과 전분을 반반씩 섞어 가늘게 즉석에서 뽑는 이 집의 막국수는 면이 쫄깃하고 멸치 육수가 시원해 여름철 별미로 인기다. 특히 막국수와 함께 제공되는 겉절이식 하얀 배추김치와 얇게 저민 무김치는 담백하면서 시원한 맛이 막국수의 면과 찰떡궁합을 이룬다.
주방이 완전 개방돼 면 뽑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비빔막국수와 물막국수가 6~7천원이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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