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필귀정] 고유가와 정부역할

정부제역할 했는지 둘러봐야/대체에너지 비율 제자리걸음

국민불만지수를 측정한다면 지금이 아마 최고일 듯하다. 속시원한 소식은 없고 연일 총파업이니 국제유가 최고치 경신 같은 불안한 소식만 신문지상을 오르내린다. 국민들은 불안하다못해 두렵다. 불만은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가 어떤 역할을 했다거나, 하고 있다고 보이지 않기 때문에 증폭된다.

국제유가는 지난 2003년 30달러대에서 130달러대까지 수직 상승했다. 국제 유가가 이같이 올랐다는 것은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한 가장 손쉬운 변명거리다. 나에게 책임이 없다는 웅변처럼 들린다. 하지만 과연 그런가.

이웃 일본도 비산유국이기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일본의 5월 말 현재 휘발유가격은 ℓ당 1천602원으로 우리나라에 비해 214원이 싸다. 경유가도 일본은 1천398원으로 우리나라보다 287원이 저렴하다. 2007년 일본의 국민소득은 3만4천300달러, 우리나라는 1만7천500달러다.

여기서 정부 탓을 하게 된다. 정부가 과연 에너지 문제에 대해 비전을 마련하고 실천해 왔는가 하는 점이다. 그랬더라면 요즘 같은 고유가 시대를 맞아 이처럼 허둥거릴 까닭이 없다.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진정성을 가져야 한다. 2004년 국제유가가 배럴당 40달러를 넘기자 국제전문가들이 다시 30달러대로 돌아설 것이라고 떠들었다. 이때 그린스펀 당시 미 FOMC 의장은 "유가 30달러인 시절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며 "유가는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강대국들이 대체에너지 개발 및 에너지 효율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쯤이다. 이들이 대체에너지를 개발하고 에너지 자주개발률 확대에 힘을 쏟을 때 우리 정부는 저유가의 유혹에 빠져 있었다. 그 결과 우리 정부의 성적표는 참담하다.

2006년 현재 에너지 자주개발률은 우리나라가 4.2%임에 비해 프랑스는 97%, 중국은 26%, 일본은 19%다. 일본은 이를 40%까지 끌어올린다는 장기전략을 진행 중이다. 물론 우리나라도 최근 2012년까지 자주개발률을 24.7%까지 올리겠다고 목표치를 한껏 높여 잡았다. 하지만 뒤늦게 자원확보에 나선 우리나라에게 세계 자원시장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지난달 28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아프리카 개발회의는 일본이 에너지 자원 확보를 위해 얼마나 공을 들여왔는지를 보여준다. 일본이 1993년 창설해 5년마다 열고 있는 이 회의엔 역대 최대인 아프리카 45개국 정상들이 참가했다. 아프리카 빈국을 돕는다는 명분을 내걸긴 했으나 일본은 아프리카의 석유 등 자원에 더욱 눈독을 들이고 있다.

중국도 이미 2004년부터 후진타오 주석이 직접 나서 전 세계를 누비고 있다. 아프리카와 남미를 잇달아 방문하며 석유개발권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우즈베키스탄과는 석유공동탐사 개발에 합의했고 카자흐스탄의 석유업체 '페크로카자흐스탄'을 인수하기도 했다. 러시아로부터는 시베리아 송유관 노선을 확정했다.

대체에너지 개발도 비슷한 상황이다. 세계 각국은 일찍부터 풍력, 태양, 바이오 등 대체에너지의 중요성에 눈떠 왔다. 유럽 남미 등에서는 일찍부터 이를 상용화했고 일본만 하더라도 하이브리드카나 연료전지차 등을 상용화했다. 일본은 굴착기, 지게차 등 중장비와 대형 관광버스에도 하이브리드를 도입하고 우편 배달 차량은 모두 전기 자동차로 교체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독일도 태양열, 풍력 등 대체에너지 개발에 장기간 투자한 결과 이번 고유가 사태에서 비켜서 있다.

우리나라도 일찍부터 대체에너지를 개발한다고 강조해 온 것은 마찬가지다.하지만 신재생에너지의 비율은 10년째 2%를 밑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며 자원외교를 내세우자 지식경제부는 '해외자원개발 액션 플랜'을 대책이라고 내놓았다. 우리나라 같은 자원빈국이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려면 일시적 구호성 정책이 아니라 지속적 장기적인 마스터 플랜과 실천력이 필요하다.

鄭 昌 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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