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 부부가 자동차를 타고 가는데 갑자기 장대비가 쏟아집니다. 남편은 빗물을 닦으려 와이퍼를 켜 보지만 그날따라 말썽입니다. "젠장! 와이프를 바꾸든지 해야지, 만날 애 먹인다카이." 옆에서 듣고 있던 부인이 발끈 화를 냅니다. "영감탱이, 이제까지 살아준 것만 해도 감지덕지재. 뭐가 우째? 와이프 바꾼다꼬?"
개와 고양이가 친해질 수 없는 것은 꼬리짓 때문입니다. 개는 친밀감을 나타낼 때 꼬리를 들고 흔들지만, 그것이 고양이에게는 '한판 붙자'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때로는 사소한 행동이 파국을 빚습니다. 프랑스와 영국이 벌였던 100년 전쟁의 발단이 구레나룻 수염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프랑스 루이7세는 구레나룻이 풍성한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부인 엘레아노르는 구레나룻을 무척 좋아했습니다. 사달은 루이7세가 구레나룻을 면도해 버리면서 시작됩니다. 구레나룻 없는 남편의 모습에 실망한 엘레아노르는 이혼한 뒤, 영국으로 건너가 앙리 백작과 재혼해 버립니다. 앙리는 영국 왕위를 계승해 헨리2세가 된 후, 엘레아노르가 결혼지참금으로 바쳤던 프랑스의 두 지방을 반환해 달라고 루이7세에게 요구합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루이7세는 영국과의 전쟁을 선포합니다.
이 이야기는 물론 정설이 아닙니다. 엘레아노르가 바람기가 많았던데다 헨리2세와 눈이 맞는 바람에 루이7세와 결별했다고 역사는 기록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와 영국이 1337년부터 1453년까지 단속적(斷續的)으로 벌인 백년전쟁의 실제 원인은 양국간의 영토 분쟁이었습니다.
여기에 한 우화가 있습니다. 저명한 역사학자가 자기집에서 역사 연구에 몰두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근처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집니다. 여러 사람이 나타나 목격담을 이야기하는 대목에서 역사학자는 크게 놀랍니다. 목격자들이 하는 이야기가 제각각이었기 때문입니다. 역사학자는 한탄합니다. "눈 앞에서 벌어진 일조차도 진실을 알기 어려운 게 세상이구나. 하물며 수백·수천년 전에 일어난 일의 진실을 역사라는 학문으로 알아낸다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가!"
인간은 보는 것을 믿는 것이 아니라, 믿는 것을 봅니다. 반쪽은 빨갛게 잘 익었지만, 반쪽은 썩은 사과는 보는 각도에 따라 군침 돌게도, 입맛 떨어지게도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는 '인지부조화' 이론을 통해서 '인간은 이성적인 존재가 아니라, 합리화하는 존재'라고 했습니다. 마음속에 양립 불가능한 생각들이 대립할 때 믿음을 바꾸기보다는 자신이 벌인 행동에 따라 신념을 바꾼다는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넉달 만에 두 번째 대국민 사과 담화를 했습니다. 주요 정책 결정에서 국민 동의를 먼저 구하겠다고 고개를 낮췄습니다. 그 역시 자신이 추진하려는 신념과 정책을 번복하기가 쉽지 않았을 겁니다. 이 대통령은 이제 임기 안에 성과를 내겠다는 조급함에서 벗어났으면 합니다. 문득 어느 시귀절이 떠오릅니다. '그대여 모든 게 순간이었다고 말하지 마라. 달은 윙크 한번 하는 데 한 달이나 걸린다'(이정록 시인의 '더딘 사랑').
김해용 기획취재부장 kimh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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