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자전거

영화 '자전거 도둑'은 제2차 세계대전 후 이탈리아에서 참담한 굶주림 속에 잃어버린 자전거를 찾아다니는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를 그려내 1950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했다. 평범한 시민 '안토니오'가 도둑이 되어 가는 과정이 진한 슬픔과 애잔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얼마 전 '중국 항저우 근처의 홍수로 물에 잠긴 마을에서 2명의 초등학생이 자신의 보물 1호인 자전거를 보트에 실어 나르고 있다'는 설명이 붙은 보도사진을 접했다. 지금의 40대 중반 이상 세대가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엔 자전거가 집안의 보물 1호였다. 특히 시골 소도시 중'고교에는 기다란 양철지붕의 자전거 보관소가 교문 입구에 늘어서 있었다. 학생들은 수십 리 길을 비바람을 헤치며 愛馬(애마)를 타고다니며 이곳에 자전거를 맡겨두었다. 자전거는 당시 가장 이용률이 높은 교통수단이자 발이었다.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자전거가 대체 교통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기름값을 아끼고 건강도 다지는 1석2조의 수단이 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엔 대구 신천 둔치에 자전거 안전교육장이 전국 처음으로 조성됐다. 대구 중구청은 출장업무용 자전거 50대를 주민자치센터와 보건소에 배치, 자전거로 업무를 보도록 했다.

창원시는 지난 3월 '자전거특별시'를 선포하고 시민자전거공영제, 자전거 출퇴근 수당제 등 자전거 활성화 정책을 발표하기도 하는 등 지자체마다 자전거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네덜란드는 1973년 제1차 오일쇼크 때부터 자전거 활성화 정책을 추진, 현재 자전거의 교통수송 분담률이 43%나 된다고 한다. 인구 1천470만명에 자전거가 무려 1천100만대다. 반면 자동차는 490만대에 불과하다. 일본과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에선 자전거가 중요한 교통수단이 된지 오래다.

자전거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격도 크게 비싸지 않다. 한 달 승용차 기름값의 일부만 투자하면 쉽게 마련할 수 있다. 유지비도 거의 들지 않는 탁월한 교통수단이다. 여기에 건강까지 덤으로 챙길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다. 이젠 모두 자전거를 타보자. 이에 앞서 자전거도로 등 기반시설 설치 및 이용자의 안전을 도모할 수 있는 관련 법규 마련은 관계당국의 몫이다.

홍석봉 중부본부장 hsb@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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