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같으면 오늘 첫 모습을 보였을 장마가 금년에는 벌써 나흘 전에 시작됐다. 지난 30년간의 기록과 견줘도 2∼7일 이른 것이라 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기상청의 장마 종료 시점 예보가 없어졌다. 장마전선이 사라지고 난 뒤 8월에도 비가 계속 내리는 현상이 고착됐기 때문이다.
대신 작년 이후 거론되는 게 '雨期(우기)'라는 개념이다. 6월 하순부터 7월 하순까지 한 달여간만을 장마기간으로 구획 지어 볼 게 아니라, 8월까지 뭉뚱그려 그 전체를 '비가 이어지는 계절'로 보자는 취지다. 8월의 '장마 부활 현상'은 작년에 특히 확연해졌었다. 태풍철도 아닌데 그달 둘째 주 일주일간 강우량이 장마철 전체 것을 능가했던 것이다. 지구온난화의 결과라 했다. 아열대에서나 적절하던 계절 인식의 틀이 우리에게로 넓혀질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그런 중에 기상청은 올해 경우 장마 樣相(양상)마저 전과 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종전 장맛비는 지루하게 이어지긴 해도 폭우 형태는 아니었으나, 올해는 대신 게릴라성 폭우와 불볕더위가 교대하는 8월형 날씨 양상을 띠리라는 것이다. 앞으로 남은 여름철 두어 달간을 局地性(국지성) 호우와 마른 장마 및 폭염 사이를 오가야 할 처지인 셈이다.
이런 기후변화는 우리 생활과 산업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재난 대비 측면에서도 각별한 인식 재정립과 주의를 요구한다. 엄청난 양의 비가 갑자기 쏟아져 계곡 수위가 급상승하는 등등의 원인으로 순간적으로 숱한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그런 현상은 종전 지리산 같은 높은 산악 지형에서나 발생해 왔고, 경북 경우 속리산 기슭의 상주 지역 등에서 극히 드물게 겪은 바 있을 뿐이다.
뿐만 아니라 올해는 작년 이후 뚜렷해진 '여름철 장기화' 등 또 다른 기후 변화가 더 심화될 수도 있다. 불볕 더위가 물러갈 8월 중순에 오히려 되살아나 남해안 해수욕장이 개장 기간을 10일이나 연장하고 역내 학교들이 개학을 연기하는 일이 벌어진 게 바로 작년이었던 것이다. 생명을 마쳐야 할 태풍이 되살아나는 '죽지 않는 태풍' 현상이 나타난 것도 그랬다. 정부나 개인이나 경각심을 더 높여야 달라지는 여름 기상에 대처해 나갈 수 있음을 거듭 명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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