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간 603개 중앙부처와 지자체, 공공기관 임직원들의 국외여행 실태를 담은 감사원 감사 결과를 접한 국민들은 어안이 벙벙하다. 25만 명이 넘는 공직자들이 해외출장으로 1조 원의 엄청난 예산을 쓴 것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명목상 공무이지만 실제로는 관광성 출장임을 보여주는 온갖 사례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해이한 공직 기강과 도덕 불감증이 공직사회에 만연해 있다는 점이 더 걱정되는 것이다.
경기도의 한 간부 공무원은 미국 수자원시설을 견학한다며 해외출장을 가서는 관광에 모든 시간을 허비하고 심지어 유학 간 딸을 만나기 위해 허위 일정까지 만들어 가족여행을 하다 적발됐다. 농수산물유통공사는 농수산물안정기금을 직원 여행경비로 전용하다 적발됐다.
공직 기강이 이처럼 혼탁해진 이유는 공무국외여행을 통해 열심히 배우고 이를 업무에 적용하는 기회로 여기는 공직자가 극소수이기 때문이다. 공직자들이 일 때문에 해외로 출장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연수나 시찰'견학을 핑계로 그저 관광하는 것이 관행처럼 되었으니 모두들 기를 쓰고 나가려는 것이다. 심지어 국가를 위해 몇십 년 헌신했는데 한번쯤 해외에 나가 즐기는 게 뭐 그리 잘못된 일이냐며 되레 큰소리치는 공무원들도 있다. 혈세를 자기들 해외여행 시켜주는 돈으로 착각하는 모양이다.
아무리 우리가 선진사회를 떠들어도 세금을 제 주머닛돈으로 여기고 공사조차 구분하지 못하는 공직자들이 만연해 있는 한 족탈불급이다. 공직 사회의 비리가 비단 이것뿐이겠는가. 이런 저급한 의식이 공직 부패를 낳고 공기업의 부실 경영을 낳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 데도 공기업 민영화와 통폐합에 반대하는 세력들이 준동하고 있는 것은 그 부작용을 염려해서가 아니다. 제 밥그릇 챙기기 위해 저항하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19일 특별기자회견에서 공기업 민영화를 포함한 305개 공공기관 개혁에 대해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전기와 가스'수도'건강보험 등 민생과 밀접한 기관은 현 정부에서 추진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여타 공기업은 개혁에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더 이상 이를 방치해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지 않도록 빨리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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