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학교를 다니면서 이처럼 공부를 열심히 했던 적은 없었다. 비록 합격하지는 못했지만 좋은 경험이었고 특히 엄마에게 너무 고마웠다." 두해 전 한국과학영재학교에 지원했다가 지금은 대구과학고에 다니는 S가 마음먹고 한 말이다.
S가 지원했던 한국과학영재학교의 2009학년도 신입생 선발일정이 한창이다. 올해는 내년 3월부터 영재학교로 전환하는 서울과학고가 더해져 학생들에게는 지원기회가 는 셈이다. 학생들에게 기회가 늘면 엄마들에게는 쉴 기회가 그만큼 줄어든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1차 서류전형 준비 가운데 많은 부분이 엄마 몫이다. 학교나 영재교육원의 추천서를 받고, 각종 수상 기록물도 챙겨야 한다. 여기에다 자기소개서를 쓰는데 모른 체할 수도 없고, 또 2차 전형부터는 아들, 딸과 서울, 부산으로의 동행이 기다린다.
일찍이 단련된 엄마들이야 괜찮지만 처음 겪는 엄마들은 일정이 끝날 때쯤이면 몸살을 앓기 십상이다. 그래도 즐거울 수는 있을 게다. 그게 엄마들의 마음일 테니까.
당초 계획대로라면 2012년까지 2개의 영재학교가 더 생긴다. 대구와 경북에서도 영재학교 전환을 추진한다니 결과는 두고 볼 일이다. 영재학교가 증가한다고 합격의 문이 덩달아 넓어질 것 같지는 않다.
영재학교는 전국에서 학년 제한 없이 뽑기 때문에 경쟁률은 큰 의미가 없다. 144명을 뽑는 부산에 있는 한국과학영재학교의 올해 1차 지원자는 2천600여명으로 3단계 전형을 마치면 2천500여명이 탈락한다. 엄마는 어떨지 몰라도 S처럼 기분 좋은 탈락자가 많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부산과 가까운 대구·경북의 지원 학생은 조금 유리할 수도 있겠다. 수도권 지원자들이 영재학교로 전환되는 서울과학고를 선호할 가능성 때문이다. 작년의 경우 대구·경북 지원자는 6명이 합격했지만,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원자는 97명(67%)이 합격한데서도 이를 짐작할 수 있다.
또 한편으로는 극심한 남녀 불균형을 개선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돌아 여학생 지원자 엄마들이 솔깃해 하고 있다. 작년에 144명의 합격자 가운데 여학생은 고작 9명에 불과했다. 2007학년도 14명, 2006학년도 17명에 비해 해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줄어드는 것은 여학생뿐만 아니다. 학년 제한이 없지만 지난해 중학교 1학년 합격생은 아무도 없었다. 2007학년도에 중1이 4명, 중2가 29명이었지만 작년에는 중2가 19명, 나머지 125명은 중3이었다.
영재학교의 입시와 여름방학이 끝나면 다음 차례는 과학고다. 과학고에 가려는 아이를 둔 엄마들은 쉴 틈도 없이 입시가 이어지는 셈이다. 이래저래 엄마들은 고단하다. 이런 엄마들을 쳐다보는 세상 사람의 시각이 다 같을 수는 없다. 하지만 세상 엄마들이 생각하는 자식에 대한 생각은 같을 것이다.
영재학교는 누구나 가야 하는 '필수 곳간'이 아니라 원하는 아이들이 뛰어드는 '선택 곳간'일 뿐이다. 그리고 엄마는 아이가 만드는 곳간을 채우는 도우미다. 도우미는 아이를 곳간 없는 담장 밖으로 밀지 않는다. 어쩌다 억울한 누명을 쓰더라도….
송은경(와이즈만영재교육 중부센터 원장) weiz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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