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생활물가 가파른 상승곡선 "여름휴가는 '방콕'이다"

물가안정을 국정의 최우선 현안으로 삼겠다는 정부 발표에도 불구하고 삼겹살을 비롯한 식료품과 학원비 등 가계 필수항목을 중심으로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소비재 가격인상을 부추기는 원자재가 인상이 예년과 달리 여름 휴가철에도 계속될 기세여서 서민들 살림살이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삼겹살도 못 먹는다.

23일 포항시내 한 중형 마트는 삼겹살 가격을 ㎏당 2만2천원이라고 써 붙였다. 정육코너 담당자는 "그래도 대형마트에 비하면 우리가 싼 편"이라고 했다. 실제로 몇몇 대형 소매점에는 돼지고기 값이 ㎏당 2만5천원을 넘는 곳도 있다.

덩달아 국밥값도 올라 포항의 한 유명 돼지국밥집은 지난주 한그릇에 5천원하던 국밥 가격을 6천원으로 한꺼번에 20%나 올렸다. 국수 등 각종 면류는 매주 단위로 오르다시피하는 밀가루값 인상 때문에 가격표에서 아예 빼내버린 식당도 많다.

전복이나 대게·참복 같은 최고급 요리에만 매기던 '시세'라는 가격표 방식이 칼국수에 적용될 정도로 물가가 불안해진 것이다.

주부 백영희(43·포항 용흥동)씨는 "치즈, 김, 화장지 등 가격이 오르지 않은 품목이 거의 없다"며 "값이 내렸거나 제자리걸음인 품목을 찾으면 그게 뉴스거리"라고 했다. 포항 죽도시장에서도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 농수산물만 가격 등락이 엎치락뒤치락할 뿐 공산품 가격은 전 품목 수직상승 중이라고 상인단체 관계자가 말했다.

◆휴가철 앞두고 더 오른다.

본격 여름 휴가철과 학생들 방학을 앞두고 계절적인 요인이 겹치는 품목들의 가격인상까지 합세해 7월 물가는 더욱 걱정이다. 대표적인 품목이 학원비와 자습서 등의 영향을 많이 받는 교육 관련 비용. 일선 학원들의 경우 냉방비와 강사 인건비 등 유지·관리비 증가와 함께 교재비 인상 등의 이유를 들어 다음달부터 본격화될 여름방학 특강 등 학원비를 10%가량 인상하려는 곳이 많다.

술과 음료수 등 휴가와 직접 관련성이 큰 제품값도 상승대열에 합류했다. 빙과류 등이 이미 지난달 20%가량 값이 오른 데 이어 음료수와 주류의 경우 주요 메이커들이 원자재가 상승에다 최근 화물연대 파업사태 이후 물류비 부담 증가를 이유로 10∼20%의 가격인상을 단행했거나 조만간 인상을 예고했다.

유류가 폭등에다 의류·직물 등의 가격도 올랐고 콘도·펜션 등 숙박시설 이용료도 상승추세여서 휴가비용이 지난해 대비 30% 이상 증가요인이 발생, 1년에 한번 가족과 함께 나서던 서민들의 여름휴가 행렬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포항공단업체 직원 정기호(40)씨는 "올해는 시골 본가에 주말을 겸해 2박 3일 일정으로 다녀오는 것 외에 특별한 휴가계획이 없다"면서 "동료들 대부분이 비슷한 현실"이라고 전했다.

◆물류비 증가가 원자재가 폭등 부채질

화물연대 파업에 이은 기업들의 물류비 부담증가 또한 물가인상을 부채질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올들어 한달에 한번꼴로 제품가 인상을 단행한 철강사들은 철광석과 고철 등 원자재가 상승과 함께 이번에는 물류비 증가까지 겹쳤다며 올 들어 최대폭인 20% 넘게 제품가를 올렸거나 조만간 인상하겠다는 입장을 잇따라 밝히고 있다.

철강제품 가격 인상은 건설·건축, 전기·전자, 자동차·기계 등 모든 공산품의 가격인상이라는 후폭풍을 동반하는 게 일반적이어서 물가를 잡겠다는 정부 방침과 달리 하반기에도 살인적인 물가 오름세는 피하기 어렵게 됐다.

포항공단 한 철강사 임원은 "이런 추세대로라면 추석 대목과 연말까지 물가가 내려갈 여지는 전혀 없다고 봐야 한다"며 "정부가 세금을 내리지 않는 한 물가를 잡을 묘책 또한 없어 보인다"고 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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