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피플&피플]네팔사랑 피부과 모임 '네사피모'

한국의 60년대… "넉넉한 인심에 보람이 더 컸어요"

'인구 2천900만명, 힌두교가 전체인구의 80%를 차지하는 나라, 세계 10대봉 가운데 8개를 보유한 나라, 인도와 중국 사이의 내륙 국가, 세계 5대 빈곤국이지만 행복지수 1위인 나라 ….'

백과사전에 등장하는 네팔에 대한 정보다. 하지만 네사피모(네팔사랑 피부과 모임)에겐 네팔은 단순히 숫자로 나열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자신의 손길을 필요로하는 나라이자, 친구의 나라다.

피부과 전문의들이 네팔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동산의료원 직원들이 '네팔사랑'모임을 만들어 네팔 의료봉사를 가기 시작하면서 피부과 전문의 모임이 이들 의료봉사에 도움을 주기 시작했다. 네팔의 열악한 의료 상황이 알려지면서 본격적인 '네사피모'가 탄생했고 지금은 20여명의 피부과 전문의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피부과 전문의들이 모인 숫자로는 적은 숫자가 아니다. 대구 뿐만 아니라 대전'포항'울산지역 개원의들도 있다. 매달 200달러씩 네팔로 후원금을 보내길 6년째. 지칠만도 하지만 이들은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열성이다.

사정이 허락하는 회원들은 매년 한차례 네팔로 직접 의료봉사를 떠나기도 한다. 매년 연말 의료봉사에 6명이 다녀왔다.

2004년 11월 네팔을 다녀온 네사피모 공수득(아름다운 피부과의원) 회장은 "네팔 카트만두는 고도가 높은 분지이기 때문에 피부과 질환이 유난히 많아요. 우리나라의 1960년대와 비슷하지만 그래도 인심이 넉넉하고 친근해요. 보람이 컸다"고 말했다.

네사피모 뿐만 아니라 '네팔사랑'등 네팔을 향한 지역사회 곳곳의 사랑이 지난해 결실을 맺어 '한국네팔협회'가 탄생했다. 주한 네팔대사가 고문을 맡고 있는 이 단체는 1년에 한번 '네팔의 밤'을 열어 대구경북 네팔 노동자들이 고향 노래도 부르고, 향수도 달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총무 박재홍(메트로피부과의원) 원장은 "요즘은 대구에 인도'파키스탄'네팔 노동자들이 부쩍 많아진 것 같다"면서 "이들과 직접 만나면서 외국인노동자들의 어려움을 육성으로 들을 수 있어 안타까움도 많다"고 했다. 네팔에서 우리나라에 오기 위해 브로커에게 300~500만원의 비용을 들여야 하지만 이곳에서 일하고 받는 월급은 100만원 남짓. 이중 절반은 네팔의 가족에게로 보낸다. "세 아이를 네팔에 두고 이곳에 온 사람을 본 적 있어요. 네팔에 많은 돈을 보내야 하니, 자신의 문화생활은 꿈도 못꾸죠." 이 때문에 네사피모 회원들은 두 달에 한번 대구의 네팔 노동자들과 교류시간을 갖는다. 성서공단의 네팔 노동자들은 시내에 한번 나오기도 만만찮다. 인도 음식점을 찾아가 고향 맛을 느끼고 서로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겐 큰 기쁨이다. 주로 집에서 식사를 해결해야 하는 그들이 시내 한복판에서 손으로 음식을 먹으며 친구들과 만날 수 있는 자리는 네팔 노동자들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거리. 식사 후엔 영화를 보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과의 의사소통이 문제다. 주로 인도어를 사용하는 네팔인들은 한국어를 배우려 애쓰지만 배울만하면 출국해야 하는 게 현실. 영남대 의과대 졸업생 라제스의 도움이 컸다. 네팔인인 그는 최근 한국여성과 결혼하고 네팔과 한국의 다리 역할을 자처해왔다. "앞으로도 네팔에 대한 사랑의 끈을 놓지 않을 겁니다. 네팔 의사들과 교류, 네팔에 부족한 의료기기를 기부할 계획입니다. 작은 사랑이 큰 희망이 된다면 그 보다 큰 보람은 없을 테니까요."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