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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기의 필름통] 영화 속의 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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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멋진 비 장면'에 대한 이야기가 나간 후 "이 영화도 멋지지 않으냐?"는 반응들이 있었다.

'쇼생크 탈출'과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많이 거론됐다. 앞 영화는 남자들이, 뒤 영화는 여자들이 추천했다.

'쇼생크 탈출'에서 주인공 앤디(팀 로빈스)가 축구장 몇 배 길이의 냄새 나는 분뇨관을 지나 탈출한다. 앤디가 어두운 통로를 빠져나와 번개 치는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리고 짜릿한 자유의 쾌감을 느끼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특히 그의 몸 위로 쏟아지는 소나기는, 그의 고초를 알기에 관객까지 시원하게 해주었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 4일간의 비밀스런 사랑을 나눈 프란체스카(메릴 스트립)와 로버트(클린트 이스트우드). 헤어진 며칠 후 비 오는 거리에서 만난다. 결심만 서면 로버트를 따라나설 수 있는 상황. 트럭의 문고리를 잡고 갈등하는 프란체스카, 밖에서 그녀를 애타는 눈으로 지켜보는 로버트. 그들 위로 여우비 같은 소나기가 쏟아진다. 쏟아지는 눈물이 빗줄기와 함께 어우러져 가슴을 짠하게 한다.

둘 다 비 오는 장면이지만, 엄밀히 따지면 '물'의 의미가 더 강하다.

영화에서 물이 주는 이미지는 다양하다. 물은 대지를 적시는 생명수이다. 그래서 우선 관능적 표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나인 하프 위크'에서 남녀 주인공은 물이 쏟아지는 계단에서 격정적인 정사를 벌인다. 물은 얇은 속옷을 적셔, 살이 델 것 같은 뜨거운 욕정을 식혀 준다. 폭포 속에서 정사를 벌이는 '와일드 오키드'를 비롯해 한국영화 '애마부인' '서울 탱고' 등에서도 여인들은 주로 물가에서 몸(?) 마름을 푼다. '아쿠아 섹스'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물은 육욕과 가깝다.

그러나 그런 즉물적인 접근과 달리 물은 기억이나 속죄의 매개가 되기도 한다. 또 지하 죽음의 신 하데스를 이어주는 스틱스강처럼 운명을 뜻하기도 한다. 모녀의 깊은 애증을 그린 '돌로레스 클레이본'에서 둘을 갈라놓은 것은 스틱스강과 같은 물이다.

'쇼생크 탈출'과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 비는 세례를 위한 물이다. 세례는 재탄생을 뜻한다. 한 많은 과거를 잊고 재출발하는, 이를 허락하는 하늘의 뜻이 담겨 있다.

앤디가 맞는 비는 수십 년간 억울한 옥살이에 대한 하늘의 구원이고, 이를 통해 그는 자유로운 영혼으로 거듭난다. 불륜에 빠진 프란체스카와 로버트에게 쏟아지는 소나기도 마찬가지다. 비는 숨 막히는 일상에서 탈출해 재출발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다. 그런 선택에 대한 죄도 안온하게 씻어줄 것 같은 장치가 바로 비다.

영화에서 로버트는 비를 흠뻑 맞지만, 왜 프란체스카는 그 비를 맞지 않을까. 그것은 이미 둘의 길이 정해진 것을 보여준다. 비를 맞을 것인가, 피할 것인가. 비를 통해 운명을 논하는 것, 너무 비약한 것인가?

김중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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