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권의 책] 울지 마, 산타!

이땅의 잘못된 시선·냉대속 외국인 노동자의 고단한 삶

'울지 마, 샨타!'

지난 5월 20일은 '세계인의 날'이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은 100만명. 대구에 사는 외국인들도 통계상으로는 2만명이 넘는다. 주변에 외국인들이 늘고 있으며 '다문화가정'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외국인들은 근로 및 산업연수, 결혼과 유학 등의 여러 이유로 우리나라를 찾고 있다. 가난한 나라의 외국인은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우리나라 사람이 꺼리는 일을 하는가 하면, 미국이나 영국, 캐나다 등 영어 쓰는 나라 사람들은 학원가를 돌며 '몸값'을 올리기도 한다.

우리는 국내에 사는 외국인들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그 외국인이 선진국 사람이냐, 아니면 가난한 나라의 사람이냐에 따라 자신도 모르게 어떤 선입견을 갖고 있지는 않은지 모르겠다. 이제 국내에서도 여러 나라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시대가 됐다. 이들에 대한 우리의 시각과 자세도 좀 더 성숙해져야겠다. 더욱이 아이들에게 있어서는 이들에 대한 편견을 갖지 않고 어울려 살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창작동화 '울지 마, 샨타!'는 초등학생들이 읽기에 적당하다. 작가 공선옥은 방글라데시에서 온 미등록 이주 노동자(불법 외국인 근로자) 부모를 둔 샨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간다. 작품은 불법이라서 서럽고, 불법이라 아프지도 못하는 미등록 이주 노동자들의 척박한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작가는 책에서 이런 말을 한다. "이제 우리나라는 외국인들이 많이 들어와 사는 땅이 되었습니다. 이미 우리는 우리와 외모가 다른 외국인들과 함께 이 땅에서 살아가는 것이 낯설지 않습니다. 그 외국인들 중에는 여행자도 있고 이민을 온 사람도 있고 돈을 벌려고 온 노동자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아직도 '외국인' 하면 하얀 피부에 노랑머리를 한, 영어를 쓰는 사람을 떠올리는 '오래된 습관'이 있는 듯합니다. 우리의 이러한 잘못된 습관 때문에 상처받는 이웃들이 있습니다."

샨타의 부모님은 처음엔 산업연수생이란 이름으로 합법적으로 국내에 들어왔지만 지금은 미등록 이주노동자, 즉 불법 노동자가 됐다. 샨타가 사는 남양주에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많이 산다. 이들에게 제일 무서운 것은 '이미그레이션'(출입국관리소 단속원)과 냉대와 편견에 찬 시선이다. 초등학생 샨타에게도 낯선 나라 사람들의 냉대와 편견은 슬픔으로 다가온다. 샨타는 슬플 땐 주문을 왼다. "울지 마, 샨타!" 샨타의 가족은 고단한 한국에서의 삶을 접고, 방글라데시로 돌아간다. 그곳에서 샨타와 가족들은 한국을 그리워한다. 샨타의 아빠는 술을 마시면 안 되는 무슬림이지만 한국에서 라면에 소주 마시던 기억을 잊지 못해 모두가 잘 때 라면을 끓여 술을 한잔씩 할 정도이다. 그들은 한국과 남양주 사람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고 한다. 이미 우리를 친구로 생각하고 우리를 아름답게 기억하려고 한다.

작가는 우리의 잘못된 습관과 편견으로 인해 슬퍼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고단한 삶을 담아내고 있다. 가난과 더불어 주위의 차가운 시선 때문에 더욱 서러운 이주 노동자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알고, 그들을 이웃으로 여길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작가는 희망하고 있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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