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작은 아이가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아빠, 초식동물보다 육식동물들이 빨리 움직이는 이유가 뭐야?" 평소에 당연한 것으로 여긴 것이었는데…."
초식동물들은 먹잇감이 가만히 있기 때문에 굳이 힘들여 빨리 달릴 필요가 없다. 하지만 살아있는 다른 동물을 잡아먹어야 하는 처지의 육식동물들은 움직이는 먹잇감을 잡기 위해서는 빨리 달릴 수 있어야 한다.
치타와 얼룩말을 예로 들어 보자. 치타는 2초에 시속 72km(=20m/s)에 도달하는 순발력으로 최고속력은 시속 약 108km(=30m/s)이다. 반면에 얼룩말의 최고속력은 시속 약 72km(=20m/s)로 치타를 단거리 육상선수에 비유하면 치타는 장거리 육상선수에 비유할 수 있다.
그런데, 치타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치타는 출발해서 최고속력까지 약 6초 정도만 달리면 체력이 급격히 감소하여 더 이상 달리기 힘들다고 한다. 최고속력으로 달릴 때 체내에 산소를 공급하는 심장이 과도하게 동작하여 오래 지속되면 심장이 터진다고 한다. 따라서 단거리 선수인 치타는 자신이 달릴 수 있는 거리(135m) 안에서 사냥에 성공해야 한다. 반면에 얼룩말은 처음 6초 동안 110m를 달리지만 치타보다는 조금 더 오랫동안 최고속력을 유지할 수 있는 장거리 선수라 할 수 있다.
치타는 자신의 냄새가 전달되어 먹잇감에 들키지 않게 바람을 맞으며 접근하며, 가장 약한 얼룩말을 골라 집중적으로 추격해야한다. 반면에 얼룩말은 초원에서 항상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하고, 무리를 지어 다니면서 세를 과시한다. 빠르게 달릴수록 방향전환이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추격을 당했을 때는 지그재그로 달리면서 자신보다 빠르게 다가오는 추격자를 따돌리려고 노력한다. 사냥하는 순간과 벗어나고자 안간힘을 다 쓰는 이 순간, 치타와 얼룩말은 몰입의 경지에 도달하게 된다.
치타는 먹잇감에 접근하다 들통 나서 사냥을 시작도 못하는 경우도 있고, 추격하다가 얼룩말의 뒷발에 맞아 부상을 입을 수 있다. 따라서 치타는 꼭 먹어야 할 때가 아니면 먹잇감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지 않으며, 뛰어난 조건을 가졌음에도 사냥을 할 때는 최선을 다한다. 반대로 다소 약한 처지의 얼룩말도 나름대로 터득한 최선의 방법을 다해 생명을 유지해가고 있다. 조물주가 사냥의 성공 확률과 먹잇감의 생존 확률을 적당히 조절하여 생명이 안정되게 유지되도록 조정해 놓은 것 같다.
※ 치타, 얼룩말의 속력은 쉽게 계산하기 위해 근사값을 사용했다.
이종선(운암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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