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 잘못된 상식 '피' '잠' 제대로 알자

빌 헤이스/사이언스북스 펴냄

5리터.

우리 몸속을 흐르는 피의 양이다. 무게로 치면 대략 5㎏. 그러면 옛날에는 피의 양을 어떻게 쟀을까? 19세기 엽기적인 해부실로 가보자.

'금방 죽은 사람의 시체에서 머리를 절단하고, 거기서 쏟아지는 피를 모조리 받아냈다. 몸에서도 피를 받았다. 웬만큼 쏟아져 나왔다 싶으면 이번에는 시체를 눌러서 더 짜냈다. 더 이상 피가 나오지 않으면, 이번에는 시체를 더 작은 조각으로 토막 냈고, 나중에는 거의 다진 고기 수준으로 만들어 피를 걸러 내고 빨아내고 짜냈다. 그 과정에서 물이 추가될 경우에는 그 양을 일일이 기록했다.'('5리터' 본문에서)

이 장면은 야만 시대의 것이 아니다. 고작 200여년 전에 진행된 2인 동시 해부의 모습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것이 해부학자들만의 은밀한 실험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일반인들이 참여한 가운데 이뤄진 공개해부다. 이 '쇼'를 통해 인류는 우리 몸속을 흐르는 피의 양을 정확하게 알 수 있게 되었다.

미국의 전업작가 빌 헤이스의 책이 두권 동시에 출간됐다. 피의 역사를 그린 '5리터'(사이언스북스 펴냄)와 불면증에 시달려온 개인적인 기억과 잠에 대한 과학적·의학적 연구를 엮은 '불면증과의 동침:어느 불면증 환자의 기억'(사이언스북스 펴냄)이다.

'피'와 '잠'은 우리의 삶과 불가분의 관계다. 그러나 너무 일상이다 보니 당연시되고, 신비화되고 터부시된 게 사실이다.

'5리터'는 상대방의 피를 마셔 상대의 힘과 용기를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했던 고대 로마 검투사부터 혈액검사를 통해 난치병을 밝혀내고 복잡한 치료법을 개발해 내는 현대까지 피에 얽힌 인류의 과학사와 의학사를 다채롭게 보여준다.

치밀한 신체 해부도를 남긴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사실은 '사랑 정맥'이나 '모유 정맥'과 같은 있지도 않은 혈관을 날조해 그려 넣었다는 피에 얽힌 일화도 그려낸다.

피를 뽑는 것이 만병통치의 치료법이라고 믿었던 갈레노스, 혈액의 순환을 발견한 윌리엄 허비 등 피의 역사에 중요한 흔적을 남긴 과학자들과 함께 브람 스토커의 '드라큘라' '흡혈귀와의 인터뷰' 등 문학 작품 속에 녹아든 피의 욕망, 감정, 사상을 깊이 있게 담아내고 있다.

'불면증과의 동침'은 잠을 쫓아다니며 쓴 불면증 환자를 위한 안내서다. 지은이는 불면증에 카페인 중독증 환자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코카콜라 병입 공장을 경영한 덕분에 콜라를 맘껏 마시며 지냈다. 한국전 참전 상이군인인 엄격한 아버지 밑에서 모범생을 '연기'(?)하며 살아야 했던 때문인지 그는 평생 불면증을 앓았다.

이 책은 현대 수면과학의 창시자였던 너새니얼 클레이트먼의 수면 박탈 연구에서 시작해 그의 제자로 렘(REM) 수면(잠을 자고 있는 듯이 보이나 뇌파는 깨어 있을 때의 알파파를 보이는 수면 상태)의 발견자 유진 아제린스키, '꿈의 해석'의 지그문트 프로이트 등 잠과 꿈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노력한 수많은 과학자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또 불면증을 치료하기 위해 지은이가 스스로 시도한 온갖 불면증 치료법과 수면제, 수면 보조제 등도 소개한다. '5리터' 440쪽, '불면증과의 동침' 456쪽. 각권 1만8천원.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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