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차 웃고 디젤차 울고…중고차 시장 판도 변화

직장인 김모(37)씨는 3년 전 구입한 디젤 SUV차량을 팔려다 낭패를 봤다. 주말 동안 자동차 중고매매상사 10여곳을 둘러봤지만 '요즘 경유차를 찾는 사람이 없다'며 면박만 당했다. 김씨는 결국 기대 가격보다 200만원이나 싼 가격에 차량을 처분한 후 대신 중고 경차를 사려다 보니 시세보다 훨씬 비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웃돈을 50만원이나 주고 경차를 살 수 있었다.

고유가 시대를 맞아 중고차 시장에서 경차와 디젤차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중고 경차는 수요가 달려 웃돈을 주고도 구하기 힘든 귀한 몸이 됐고, 디젤차는 비싼 기름을 먹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취재진이 1일 자동차매매상사가 모여 있는 대구 달서구 장동 일대를 둘러보니 업소마다 경차 물량은 한두대가 고작일 정도로 품귀 현상을 보였다.

중고자동차 매매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민갑(34)씨는 "중고 경차가 단연 인기"라며 "가장 많이 찾는 마티즈 경우 2005년산이 500만~550만원 정도로 50만원가량 올랐다. 없어서 못 판다"고 했다. 인근 업소의 이모(39)씨도 "90년대 후반에 생산된 구형 프라이드도 기존 80만~100만원에서 40만~50만원가량 올랐다"며 "예전에는 초보 운전자들이 중고 경차나 소형차를 많이 찾았는데 요즘은 경력 운전자들도 많이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급이 달리다보니 전문적으로 중고 경차만 물색하고 다니는 '경차 몰이꾼'도 성업중이다. 수도권에서 경차를 대량으로 매입해 대구경북 '거래처'에 공급하는 임모(32·구미)씨는 "손님들이 폭증하는 바람에 아르바이트생까지 동원해 경차 물량 확보에 매달리고 있다"고 했다. 길거리에 주차돼 있는 경차마다 차 판매를 안내하는 명함을 꽂고 홍보에 열중하고 있다고 했다.

낡은 저가 중형차가 인기를 끄는 것도 기현상이다. 값싼 시너를 넣기에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성서공단에서 일하는 이모(32)씨는 "2천500cc 승용차를 팔고 12년 된 낡은 2천cc중형차를 400만원에 샀다"며 "시너를 넣으면 경차 타는 비용밖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중고차 업계에서는 예전에는 쳐다보지도 않던 소나타, 마르샤 등 10년 이상된 2천~2천500cc 차량이 잘 팔리고 있다고 했다.

대구자동차등록사업소 관계자는 "중고 경차 등록 이전이 예년보다 30%가량 늘었다"고 밝혔다. 대구의 경차(1천cc 미만)는 지난 1월 4만7천330대였으나 6월 말 현재 1천126대가 늘어나 4만8천456대였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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