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정태의 중국이야기] 청소년의 음주 흡연

날씨 점점 더워지고 방학이 다가오면서 부모들의 걱정이 태산이다. 특히 자녀를 직접 돌볼 수 없는 맞벌이 가정의 경우는 비상체제가 된다. 성숙도가 점점 빨라지는 아이들의 호기심을 억누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사회도 예외가 아니다. 오히려 한국사회보다 더 심각하다. 대부분이 맞벌이 가정이어서 홀로 집에 남겨지는 아이가 태반이다. 최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중고등학생들, 그리고 대학생들로 이어지는 청소년들의 흡연과 음주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베이징 중고등학생 3천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20%에 가까운 학생들이 흡연을 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조사 대상에 포함된 여학생들이 거의 흡연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남학생의 흡연율은 40%에 가깝다. 진조우(錦州)시의 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중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6개 반의 201명 학생들 가운데 평소 술을 마시는 학생은 28%, 명절이나 휴식일 혹은 집에 손님이 왔을 때 술을 마시는 학생이 6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아이들의 음주와 흡연이 단순한 호기심 차원이 아니라는 점이다. 관련 전문가는 중국 청소년들의 담배와 술 접촉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현상에 대해 집안의 사랑과 사회적 관심을 독차지하면서 자란 자기중심주의적 성격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또 다른 문제는 청소년들의 음주와 흡연이 공공연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전에는 중국 청소년들도 술과 담배에 대한 제약이 많았다. 중국 중학생규범 제6조는 '생활을 검소하게 하고 위생을 지켜야 한다. 술을 마시지 말고 담배를 피우지 말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979년 중국국무원의 '유해한 흡연통제에 대한 통지'에서도 성장발육기에 있는 청소년들에게 유해한 흡연을 금지할 것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중국사회에 개방이라는 새로운 사고틀이 도입되면서 사회에서 가정까지 모든 분야에서 이를 만능 해결책으로 수용하게 되었다.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생일축하파티의 풍조가 보편화되면서 술로 분위기를 돋우는 것이 관례화되었다. 심지어 학급의 반장에 피선되어도 음주가무의 축하자리가 마련된다.

중국사회에서 청소년들의 흡연과 음주가 집단적, 공개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사회풍조와 대중매체의 영향 때문이고, 사교 관념의 오류 때문이라고 한다. 담배인심 좋은 중국에서 사람 만나면 당연히 담배를 권하고 술자리로 이끄는 것이 상식이다. 실제로 인기 있는 공공관계학 과목에서는 손님과 함께 술을 마시는 등의 일을 공공관계라고 가르친다. 교제를 술과 담배로 시작하고, 술과 담배를 할 줄 알아야만 사회활동에 도움이 된다고 가르친다.

통제주체의 문제도 있다. 부모나 선생 모두 청소년의 흡연과 음주에 대해 엄격하지 않다는 것이다. 학교안의 모범생이 교문 밖에서도 모범생일까? 면담조사에 응한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학교 내에서는 규율을 지키는 모범학생으로 행동하지만 교문만 나서면 본질을 드러내는 친구들이 많다고 한다.

중국 아이들의 음주흡연문제가 남의 일처럼 들리지 않는다. 공부하는 것을 전쟁 치르듯이 해야 하는 아이들, 그들만을 위한 놀거리 즐길거리가 있는가? 늘 어른 장단에 꼭두각시가 되는 우리 아이들에게 이번 여름에는 진정한 방학(放學)을 선물했으면 좋겠다.

이정태(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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