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단에서] UCC 공모전

1970, 80년대에 고등학교를 다닌 분들이 요즘 국어 교과서를 보면 깜짝 놀랄지도 모르겠다. 국어 교과서에 '다매체 시대의 언어 활동' 등의 단원명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과거 공식적인 신문, 방송 매체에 의존하던 시대가 인터넷 매체, 자기 생산 매체 등으로 그야말로 다매체 시대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방송을 보면서 의견을 제시하는 등 쌍방향 매체가 아니면 관심을 끌지 못할 시대가 되었다. 또 정보의 소비자가 곧 생산자이고, 생산자가 곧 소비자인 시대가 되었다.

매체와 관련한 시대 환경이 이처럼 바뀌게 되니 이를 체계적으로 가르칠 필요가 생겼고 각 교과마다 나름의 방식으로 교육과정에 반영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매체에 대해 학교에서 가르칠 수 있는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데 고민이 있다.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 세계 각국의 정보를 실시간 획득할 수 있다는 점 등 장점도 많지만, 유해 사이트, 불확실한 정보 유통 등으로 인한 단점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보·통신 강국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은 컴퓨터에 푹 빠져 있다. 온라인 게임, 채팅, 블로그, 미니 홈피 등 접속만 하면 청소년들이 놀거리는 즐비하게 널려 있다. 그러다 보니, 청소년들의 심신이 알게 모르게 망가져가는 측면도 많다.

이런 청소년들에게 어른들이 해 줄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유해 프로그램을 차단하면 괜찮을까? 차단은 가능할까? 인터넷을 대신할 만큼 재미있는 다른 어떤 것을 제시하지 못하면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그러니, 소극적이지만 인터넷을 사용하는 방법, 태도, 인터넷이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바람직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이른바 '정보·통신 윤리 교육'도 이와 같은 고민을 반영한 결과다.

이런 가운데 대구시교육정보원으로부터 미약하지만 희망적인 소식을 들었다. '제1회 영상·사진 UCC 공모전'이 바로 그것이다. 변화하는 디지털 콘텐츠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학생들의 잠재적 소질을 개발하되, 새로운 교육 문화를 선도할 창의적인 UCC를 만들 기회를 주겠다는 게 행사의 목적이다.

교육 활동과 관련된 자유 주제로 모든 학생들에게 참신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로 UCC를 만들 수 있도록 판을 펼쳤다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 숨어서 엉뚱한 데 발산하던 청소년들의 끼를 공공의 영역으로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건전한 UCC 문화 조성에 큰 힘을 보탤 수 있고, 궁극적으로 청소년들의 바른 성장에 큰 도움을 줄 것이며 창의력 신장에도 기여할 것이기 때문이다.

4월 1일부터 5월 31일까지 2개월 동안 250여 편이 접수되었고, 28편을 뽑아 6월 27일 시상을 했으며, 앞으로 대구시교육정보원에서는 분기별로 공모전을 열겠다고 한다. 더 많은 학생들이 공유·참여의 새로운 정보·통신 문화를 경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박정곤(대구시교육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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