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강추! 경북의 여름 비경] ②영주 소백산 죽계구곡

소백산 죽계구곡은 특히 여름철에 찾고 싶은 '산 좋고 물 맑고 하늘 높'은 곳이다. 대나무가 많은 시내라고 해 이름 붙은 죽계천은 소백산 국망봉과 비로봉 사이에서 발원해 영주 순흥마을을 휘감아 돈 뒤 낙동강 상류로 흘러들어 가는 물길이다.

죽계구곡은 역사적인 사연도 깊다. 퇴계 이황이 찬사를 보냈던 자연의 비경에는 단종 복위운동에 실패해 참형된 영주 선비들의 애절한 한이 서려 있다. 솟구치는 물방울이 마치 수정 구슬을 흩어 놓은 듯 아홉 구비 절경을 빚어내는 죽계구곡은 안축 선생이 읊은 죽계별곡의 배경이 됐으며, 조선 중기 주세붕 군수가 경관을 즐기며 시를 읊은 곳이다.

죽계구곡은 초암사 앞 제1곡을 시작으로 계곡을 따라 삼괴정을 못 미쳐 있는 제9곡에 이르기까지 약 2㎞에 걸쳐 흩어져 있으며 1, 2, 4, 5, 9곡은 이름만 전하고 있다. 초암법당 앞 암벽엔 순흥부사를 지낸 신필하가 죽계1곡(竹溪一曲)을 새겨놓았고 계곡수가 넓게 고여 흐르는 물밑 금당반석엔 제일수석(第一水石)이란 글씨가 보인다.

시린 계곡물을 따라 여름을 피하다 보면 하늘을 뒤덮은 푸른 솔가지와 참나무 사이로 살짝 비치는 햇살이 물과 바위와 고목과 어우러져 더욱 신비경을 연출한다. 2, 3곡을 지나 4곡에 이르면 소 한가운데 둥근 바위가 놓여 있다. 소에 떨어지는 물길이 용이 하늘에서 여의주를 물고 내려오는 모습을 닮았다 해서 용추비폭이라 부른다.

5, 6곡을 지나 7곡쯤에 이르면 푸르름의 극치를 이룬다. 돌에 낀 이끼까지 선명함을 더한다. 계곡 밑바닥이 훤히 보이는 맑은 물, 울창한 숲, 그 사이로 보이는 흰 바위들. 이들이 함께 빚어내는 죽계구곡은 어디서든 발을 담그고 '無夏之境(무하지경)'에 빠지고 싶게 만든다.

중앙고속도로 풍기 나들목에서 빠져나와 931번 지방도를 달리다 순흥면 소재지 지나자마자, 소수서원·선비촌 못 미쳐 읍내 사거리에서 초암사 팻말 보고 좌회전, 죽계호를 끼고 3㎞쯤 직진하면 배점리 초암사 주차장이 나온다. 여기서 왼쪽 시멘트 길로 300m쯤 올라가면 2㎞에 걸쳐 죽계구곡이 차례로 펼쳐진다.

죽계구곡 1곡 들어서기 직전의 초암사에는 통일신라 때 삼층석탑과 부도가 아직까지 남아 있다. 죽계구곡 진입로에서 간판을 따라 3㎞ 남짓한 곳에 위치한 성혈사는 나한전 문짝(보물 제832호)이 유명하다. 죽계구곡을 빠져나와 3~4㎞ 떨어진 순흥마을에 접어들면 선비촌과 소수서원을 가로지르는 죽계제월교(청다리)를 지나친다. 죽계구곡에 풍류가 넘친다면 죽계제월교에는 가슴 아픈 순흥의 역사가 있다.

영주·마경대기자 kdma@msnet.co.kr

◆여행정보= 순흥면 소재지에 30년 전통의 메밀묵밥집 순흥전통묵밥(054-634-4614)이 유명하다. 묵밥 1인분 기준 4천원. 선비촌 수락간(054-631-6508)과 순흥 청다리 옛집도 들러볼 만하다. 숙박은 영주 선비촌(방 3만5천~14만원)과 금다래민박(054-634-5282) 등을 이용하면 된다. 문의: 영주시청 관광정책담당(054-639-6062), 영주시청 관광홈페이지(http://tour.yeongju.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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