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뜨거운 감자' 된 강만수 장관 거취

'대리경질'의 주역인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거취가 한나라당에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강 장관을 경질시켜야 한다고 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계속 그대로 둘 수도 없는 고민에 빠져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9일 다음주 중 강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제출한다는 방침을 밝혔고, 민주노동당과 창조한국당은 곧바로 찬성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81석)은 해임건의안 발의 요건(100석)을 채우기 위해서는 민노당(5석)과 창조한국당(2석)뿐만 아니라 자유선진당(18석)까지 끌어들여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물밑접촉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대안 없는 반대만 계속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조윤선 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현재의 경제 난국이 강 장관을 경질한다고 해서 완전히 해소될 것이 아님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라며 "명백하게 잘못이 있으면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게 제1야당의 본분인데 반대만 계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일단 민주당이 야당 공조로 해임건의안 발의에 성공하더라도 국회 본회의 처리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한나라당(153석)과 친박연대(13석), 친박 무소속(12석) 등 범한나라당이 국회 의석의 절대 과반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리경질'에 대한 반발 여론이 확산되면서 내부적으로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무턱대고 보호하기에는 비판 여론이 만만치 않고, 그렇다고 해임건의안에 찬성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의 해임건의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이명박 대통령은 물론 당까지 '자살'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당 지도부는 잇따라 강 장관 때리기에 나서며 '자진사퇴'를 유도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박희태 대표는 9일 대리경질에 대해 "저도 만족스럽게 평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시장으로부터의 신뢰 상실은 중요한 문제"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 장관을 유임시킨 이유가 뭔지 좀 알아봐야겠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날 고위당정회의에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혼날 준비를 하셔야 한다"며 '대리경질'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공성진 최고위원 역시 "국민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라며 "정책기조가 바뀌면 그 기조를 잘 일궈내고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 책임자가 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당 지도부뿐만 아니라 의원들도 "이해할 수 없는 개각"이라는 것이 주된 반응이다. 이처럼 당 일각에서 강 장관의 책임론이 불거지자 이런 기류를 조기에 차단하지 않으면 해임건의안에 반란표를 던지는 의원이 나오는 것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강 장관 해임반대를 당론으로 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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