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꼬리만한 일당이지만 참고 견뎌야죠."
대학 3학년인 정모(22·여)씨는 지난달 말부터 대구 달서구 성당동의 한 PC방으로 출근을 한다. 학비에 보태려고 후배에게 부탁해 어렵게 얻은 자리지만 임금은 형편없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1시간 점심시간) 담배연기와 손님 시중을 들다 보면 머리가 아프고 온몸에 힘이 빠지지만 그렇게 해서 받는 돈은 시간당 3천원. 최저임금(시간당 3천770원) 위반이지만 돈을 더 달라고는 말조차 꺼내지 못했다. 정씨는 "사장한테 잘못 보였다간 바로 그만둬야 해 다른 자리를 얻을 때까지는 억울해도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알'배이게 일해 3천원 받아
극심한 취업난 속에 방학을 맞아 아르바이트 시장에 구직자가 몰리고 있으나 아르바이트생들이 법정 최저임금조차 못 받는 등 '노동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다. 업주들이 정시근로계약서 작성을 꺼려 '구두 계약'을 했다 피해를 입는 사례도 허다하다.
달서구 신당동의 한 편의점에서 일하는 정모(21)씨의 시급은 3천원.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근무하지만 별도의 야간 수당은 없다. 사장이 가끔 가게를 보지만 보통은 낮에 일하는 아르바이트생과 맞교대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씨는 "밤에 근무하면 술취한 사람이나 이상한 사람들이 들락거려 무서운 경우도 있는데 수당은 커녕 법이 정한 최저임금도 받지 못해 억울하다"고 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5인 미만의 영세 사업장의 경우 야간 근무를 하더라도 야간이나 휴일 연장 가산수당(50%)을 주도록 규정하고 있지 않아 업주는 '싫으면 그만두라'는 입장이다.
영남대 총학생회와 민주노총 대구본부, 대구참여연대가 지난 5월 실시한 '대학아르바이트생 실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0%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생들이 말하는 시간당 임금은 평균 3천원. PC방, 편의점, 주유소, 음식점, 영업판촉 등 대부분의 업종이 비슷한 수준이다. 김모(23·대학4년)씨는 "한 학기 등록금이 300만원인데, 방학 동안 밤잠 설쳐가며 뼈빠지게 일해도 등록금의 절반도 못 번다"고 했다.
◆부당대우 받지만, 신고는 꺼려
더욱이 업주들은 돈은 적게 주면서 책임은 무겁게 지워 피해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중구의 한 주유소에서 일하고 있는 이모(26)씨는 며칠 전 일을 마치고 정산하다 3만원이 모자란다는 사실을 확인, 사장에게 알렸다. 그러자 사장은 이씨의 월급에서 3만원을 떼겠다고 통고했다. 이씨는 "혼자 근무하면서 모든 차량에 직접 주유하고 계산받은 것도 아닌데 책임을 왜 혼자 져야 하느냐고 따졌더니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반말을 하고, 심부름꾼 부리는 듯한 업주들의 태도 때문에 인격적 모독까지 겪는 사례도 있다. 소주방에서 일하는 김모(24)씨는 "이름이 있는데도 '어이'하며 부르기 일쑤고 근무시간이 지났는데도 장을 봐 와라, 담배를 사 와라는 식으로 하인 대하듯 한다"고 했다.
그러나 업주의 부당 대우를 신고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르바이트생들이 가장 흔히 겪는 최저임금 위반의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지만 단속이 쉽지 않고, 신고도 거의 없다. 대구노동청 관계자는 "최저임금 위반 사업장 대부분이 서비스업종이어서 아르바이트생들이 피해를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불이익을 받을 것에 대한 우려와 번거로움 등으로 인해 신고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했다.
대구일반노조 비정규센터 김세종 노무사는 "일자리 부족으로 아르바이트에 뛰어드는 대학생들이 많은 만큼 이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며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아르바이트생 자신이 고용계약서를 꼼꼼히 작성하거나 피해가 발생할 경우 관계기관에 신고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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