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땅 뺏기

어떤 사람이 어느 날 내용증명 우편물을 한 통 받았다. 당신 명의의 땅이 내 땅이니 돌려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는 깜짝 놀랐다. 너무 황당해서 장난이거나, 잘못 보낸 것이겠거니 하고 그냥 넘겼다. 그랬더니 얼마 후 다시 내용증명이 왔다. 당신이 내 땅임을 인정하고 돌려주겠다고 약속까지 해 놓고 왜 돌려주지 않느냐는 으름장이었다.

모르는 사람의 새빨간 거짓말 공세에 가만있으면 땅을 뺏길 수도 있다는 압박감을 느끼면서 그는 반박 내용증명을 보내는 등 허둥댔다. 수 차례 내용증명 공방이 더 오고 간 끝에 시비를 건 사람이 소송을 냈고, 법정은 합의를 종용했다. 그는 내 땅인데 무슨 합의냐며 항변했다. 그러나 결국 땅을 뺏겼다. 모리배 같은 제소자가 만든 허위서류와 내용증명 공방 과정에서의 순진함이 빚은 허점이 결정타가 됐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은 이와 같은 악질 모리배 짓이다. 하지만 냉엄한 현실이다.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뺏길 수도 있다. 일본은 사서상의 于山島(우산도)는 독도가 아니라 울릉도를 혼돈한 것이며, 역사적으로 독도가 한국 영토였던 근거가 없다며 한국의 독도 영유권을 원천 부인한다. 1905년 일본이 독도를 島根縣(도근현)에 편입했을 당시 한국은 일본 정부에 항의한 바 없다는 주장까지 근거로 내세운다.

지능적인 왜곡과 조작, 허위 증거를 쌓아놓았을 것이다. 터무니없지만 제3자 입장에선 합의를 권고할 수도 있고, 일본 손을 들어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 같은 시나리오에 따라 급기야 교과서에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명기하겠다는 것이다. 일본 땅을 한국이 무장점거하고 있다고 교육하는 것은 언젠가 무력으로라도 뺏어와야 한다고 가르치는 것과 같다. 한국이 굴복하지 않는다면 10년 또는 100년, 그보다 훨씬 후에라도 얼마든지 야기될 수 있는 일이다. 일본은 독도를 뺏기만 하고 말까. 독도를 챙기고 나선 한국의 '독도 불법 강점'에 대한 대가를 협박할 것이다.

독도의 운명은 결국 국력과 무력이 좌우할 것이 명백하다.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수세적이고 비굴한 노래로는 안 된다. 이제 '대마도는 우리 땅' '오키나와는 우리 땅'을 불러야 할 때다. 이를 뒷받침할 근거를 찾고 만들어서 독도 수호의 대항마 이상의 것을 길러야 한다. 당장은 무모해 보여도 수 백년 후를 내다볼 일이다.

김재열 심의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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