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피플&피플]'전국 명산 1,000산 산행기' 펴낸 윤태금

몸은 고단해도 마음은 '넉넉' 삶을 더욱 충실하게 만드는 원동력

"강원도 횡성의 발교산(998m)을 2008년 4월 정상 정복함으로써 1천개의 산꼭대기를 밟았죠. 삶에 대한 나태함을 지우려고 외로운 봉우리 깊은 골짜기를 누비며 산행한 지 15년 만입니다."

그냥 산이 좋아 산만을 가슴에 품고 오르다 보니 어느 새 전국의 명산 1천 곳을 오르게 됐고 그 벅찬 감동을 적었던 등반일지를 모아 올 5월 '전국 명산 1,000산 산행기'를 펴낸 윤태금(54'일송산악회 등반대장)씨. 그는 1992년 팔공산을 시작으로 올 4월 강원도 발교산을 오르며, 해발 400m 이상의 산 1천 곳을 등정하는 기염을 토했다.

단순히 건강을 위해 집 가까운 산을 찾던 윤씨가'산 사나이','산 박사'로 통하게 된 것은 92년 일송산악회에 가입하면서부터. 94년엔 대구등산학교를 수료, 장거리 산행과 야영에도 눈을 떴다. 95년부터는 설악산'지리산'덕유산'소백산 등을 종주하며 산의 매력에 더 푹 빠져 들었다.

"어림잡아 100여개의 산을 오르고 나서 문득 생각 없이 오를 게 아니라 산의 삼각점과 표지석, 이동거리와 시간 등을 기록해보자는 의욕이 생겨나더군요. 이후 매주 두 차례 등산을 갈 때마다 산의 일련번호와 이름'소재지'높이'등반코스'산행 날짜 및 시간을 적으며 하나하나 목표를 세워 등정하게 됐죠."

우리나라 1대간9정맥의 산 들 중 특히 국립공원 20곳, 도립공원 21곳, 군립공원 33곳, 5대 적멸보궁과 4대 관음기도 사찰을 품고 있는 산,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하고 있는 5대 사고지 등 윤씨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은 드물 정도. 산림청이 발표한 전국에 존재하는 산의 수는 4천440개. 이중 해발 400m 이상이며 등산로가 어느 정도 갖춰져 있어 등산인들이 많이 다니는 산과 봉우리를 약 1천300개로 추정할 때 윤씨가 밟은 1천개의 산은 등산 가능한 산의 약 77%에 해당한다.

"등산을 하고 나서 느끼는 삶의 기쁨은 본업에도 더욱 충실하게 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하지만 그 많은 산을 오르면서 모든 등산길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강원도 영월의 돌산인 매봉산과 단풍산을 종주할 적엔 안개로 길을 잃어 14시간 동안 헤매다 천신만고 끝에 하산 길을 더듬어 찾아 내려온 일, 영월 고고산에서 입구를 못 찾아 생사를 걸고 절벽을 기어오른 일, 삼척 면산 정상에서 멧돼지 덫에 걸려 혼비백산 한 일 등 등산 중 수난도 많았다. 그럼에도 윤씨가 계속 등산을 할 수 있었던 건 무엇보다 4계절마다 달라지는 산 풍경에 매료됐기 때문. 그 덕분에 전국 등산로 구석구석을 훤히 꿰뚫고 있어 주위에서는 그를 '산 박사'로 부른다.

"산은 사람을 품음으로써 아름다움이 완성된다고 할까요. 명산에는 반드시 유명사찰이 있기 마련이며 사철 인근에 맑은 수정 같은 계곡물이 흐르기 마련이더군요."

그만큼 산을 오르면서 몸은 고되어도 마음은 오히려 넉넉해지더라는 게 윤씨의 등산철학이다. 800여산을 오른 후 스스로 다산(多山)이란 호도 짓게 됐다. 그의 기억에 따르면 봄엔 해남 달마산을 종주하며 눈 아래로 내려다보는 연두빛 자연에 생동감이 넘쳤고 여름엔 고생이 돼도 홍천 백우산 용소계곡을 타고 오르는 계곡산행이 즐거웠다. 가을엔 설악산'치악산'주왕산 풍광이 감동적이며 겨울엔 역시 덕유산'지리산 산행이 백미였다.

다음 카페에 개설된 대구 일송산악회의 '다산의 산이야기'가 알려지면서 윤씨는 요즘 각 산악회로부터 전국의 유명산과 명승지에 대한 해설을 부탁하는 요청을 많이 받고 있다.

"산림 1ha에서 45인분의 산소가 나옵니다. 우리나라 숲 중 산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나무는 자작나무로 태백산 천제단에서 문수봉 가는 길에 많고 피톤치트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편백나무 숲을 지나려면 부산 광안대교 뒤편에 있는 황령산을 등반해보시죠."

이처럼 그의 산 해설은 내용이 풍부하고 구수하기로 정평나 있다. 일일이 발품을 팔아 얻은 생생한 산지식과 메모, 신문 스크랩, 산 전문 잡지를 보고 나름대로 정리한 결과이다. 윤씨의'산행기'에는 비단 산관련 정보뿐 아니라 야생화 명산, 유명계곡의 특성 유명 벚꽃길 등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의 다음 목표는 1대간9정맥 중 남은 산을 회갑 전에 등정해 보는 것.

"초심자들은 등산 때 자신의 체력을 과신하지 말고 목표한 산에 관한 사전지식을 충분히 습득한 후 나침반과 개념도를 휴대, 방향감각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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