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술 이야기]코리안 위스키

우리나라에서 위스키 제조는 1970년대 월남전과 더불어 청양산업(주)이 군납을 목적으로 기타 재제주(再製酒) 위스키를 제조한게 시초였다. 그후 1974년에는 백화양조(주)와 (주)진로가 수출 조건부로 외국 위스키 원주를 수입, 이를 기주(基酒, base)로 인삼주, 즉 인삼위스키를 제조했는데 이를 진생위스키라 했다.

또 정부는 1976년 국민소득 증대로 고급주류 개발정책을 수립하고 백화양조(주)·(주)진로·오비씨그램(주)·롯데칠성음료(주)·해태산업(주) 등에 위스키 국산화에 필요한 시설을 갖추는 것을 조건부로 해 위스키 제조면허를 발급했다. 그러나 면허발급 회사 중에서 백화양조(주)·(주)진로·해태산업(주)만 원액을 수입, 국산 주정과 혼합한 기타 재제주인 국산 위스키를 생산·판매하기에 이르렀다.

1970년대 후반 양주류, 특히 위스키에 대한 소비가 증가함에 따라 정부는 국산주류 개발계획을 세워 수입 위스키 원주와 국산 주정으로 제조하던 기타 재제주 위스키의 생산을 중단시키고, 위스키 제조면허를 받은 오비씨그램(주)·진로위스키(주)·(주)베리나인에 몰트 위스키(malt whiskey, 엿기름을 원료로 만든 위스키) 원주 함량률 30%의 국산 위스키를 개발, 시판토록 했다.

또한 1983년에는 위스키 산업의 육성, 주질의 고급화, 외화절약 등을 위해 '국산 위스키 개발계획'을 마련했다. 위스키 개발을 위한 첫번째 단계로 몰트 위스키 원주 제조시설이 1983년에 완비되고, 국산 몰트 위스키 제조가 시작됐다.

두번째 단계로 주질의 고급화를 목표로 1984년부터 국산 대맥을 원료로 한 그레인 위스키 (grain whisky, 곡물을 원료로 중성 알코올에 가깝게 증류한 위스키) 제조가 개시되면서 위스키 원주 국산화가 본격화했다. 그후 '88 서울올림픽' 등 국제행사에 대비, 수입 몰트 위스키 원주 40%와 그레인 위스키 60%로 블랜딩한 스카치 타입의 특급 위스키를 제조토록 하는 등으로 주질의 고급화를 이뤄냈다.

1987년부터 국내 위스키 3사는 국산 위스키 원주와 수입 위스키를 혼용, 국산 특급위스키를 개발해 시판중이다.그러나 3년 내지 10여년의 숙성에 따른 재고 증가로 인한 자금압박, 수입원주와 가격경쟁력 문제 등으로 위스키의 국산화는 난관에 봉착했다. 급기야 국산 위스키는 1991년부터 생산이 중단된 이후 전량 수입원액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1991년에는 주류시장이 완전 개방되면서 세계 각국의 양주가 물밀듯이 국내시장으로 몰려들어왔다. 이에 따라 국내 위스키회사들은 기존 위스키와의 차별화를 위해 임페리얼·윈저 등 12년산 프리미엄급 위스키를 출시한 결과 상당한 명성을 떨치게 됐다. 2002년 현재 위스키는 더욱 고급화, 21년산 스카치블루를 비롯해 18년산 윈저, 17년산 임페리얼이 특히 애주가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현재는 우리나라가 위스키 한 방울도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외국에서 원액을 수입, 브랜딩하거나 물만 타서 알코올 농도를 맞춰 보틀링만 하고 있는 실정. 그런데도 우리 국민의 위스키 소비패턴은 점점 고급화, 세계적 위스키 종주국인 영국에서 조차 일반인들이 마시기 힘든 슈퍼 프리미엄급이 대중화하 있는 상태다.

이같은 추세는 위스키의 주 소비처가 고급 룸싸롱이나 선물용인데다가 위스키 제조사들의 고급위스키 소비를 부추기는 마케팅으로 인해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애주가가 아니라면 숙성년도가 5년 이상만 돼도 주질을 구분하지 못하므로 꼭 고급위스키를 고집할 이유는 없는 데도 말이다.(금복주 전 부사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