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부모님은 젊은 시절부터 쭉 가게를 운영하신다. 그래서일까. 시어머니는 유난히 부엌살림에 대해선 관심이 별로 없으시다. 반면 나는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는데다 조리학과 출신이 아닌가! 그래서 결혼 전부터 시댁에 드나들면서 맛있는 별미를 해 드리곤 했다. 겨울엔 만두를 빚기도 하고, 여름엔 시원한 콩국수를 해 드리면 특히 시아버지께서 무척이나 반기셨다. 물론 그것도 지금은 너무 당연시되고 있지만 말이다.
결혼하고 첫 초복, 우리는 수박을 사들고 시댁에 갔다. 시댁 부엌에는 뭔가가 보글보글 끓고 있었다. 시어머니는 우리에게 주실 삼계탕을 직접 끓이고 계신다며, 보람찬 표정을 지으셨다. '맛있겠다'를 외치며 뚜껑을 열어보는 순간, 벌건 양파 망에 닭이 고이 모셔져 있는 게 아닌가! 순간, 속이 울렁거렸다. 당시는 환경호르몬에 대한 이야기로 온 나라가 떠들썩할 때다. 하물며 비닐 양파 망에 한 시간 이상 푹 고은 물을 마셔야 하다니! 밥상을 앞에 놓고 가족들이 둘러앉았는데도 망설여졌다. 이걸 먹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어쩔 수 없이 맛있는 척 먹긴 했지만 내내 속이 좋질 않았다. 그 후론 복날이 되면 내가 먼저 전화 드린다. "어머니, 이번 복날은 제가 삼계탕 끓일게요"
서정미(대구 북구 태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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