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를 먹으면 무슨 생각을 할 수 있을까. '햄버거 맛있네' '다음에 또 먹어야지' '무슨 고기로 만들었을까?' '칼로리가 높을까?' 등등 여러 가지 생각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햄버거를 환율과 연관시켜 생각해볼 수도 있다. 특히 맥도날드 '빅맥'(Big Mac)을 먹을 땐 말이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Economist)는 1986년부터 세계 120개국에서 팔리는 맥도날드 빅맥 버거의 현지 가격과 달러로 환산된 가격을 비교해 조사해왔다. 이것을 '빅맥 지수'(Big Mac index)라고 한다. 이 지수는 빅맥이 자로 재듯 크기, 품질, 재료, 조리시간 등을 맞춰 놓아 세계적으로 표준화됐다는 특징에 착안한 것이다.
빅맥 지수는 세계적으로 같은 품질의 빅맥이 어디에서든지 같은 가격에 팔리는 것이 당연하고 만약 환율을 곱해 보았을 때 가격이 같지 않다면 장기적으로 같아질 것이라는 믿음에 바탕을 둔 것이다. 이처럼 빅맥 지수는 빅맥이라는 한 제품을 이용, 세계 주요국 환율의 적정성을 평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지표다.
이러한 일물일가(一物一價)의 배경은 바로 환율을 결정하는 이론 중 하나인 '구매력 평가설'(theory of purchasing power parity)이다. 한 나라의 일정한 화폐로 모든 나라에서 동일한 수량의 재화를 구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미국에서 LCD 텔레비전이 한국보다 싸게 팔린다면, 무역업자들은 미국에서 텔레비전을 구입해 한국 시장에 판매함으로써 이윤을 올릴 수 있다. 이로 인해 미국에서 수요가 늘어 텔레비전 가격이 상승하고 한국에서는 공급이 늘어 가격이 떨어진다. 결국 일물일가의 법칙에 의해 주어진 돈으로 구입할 수 있는 텔레비전은 어느 나라에서나 같아진다는 것이다. 가장 단순한 환율이론으로 장기간의 환율 변동을 가장 잘 설명한다고 볼 수 있다.
빅맥지수가 활용되는 예를 들어보자. 지난 2월, 한국에서 빅맥이 2천900원에 팔리고 있고 미국에서 3.22달러에 팔리고 있다면 빅맥지수에 의한 적정 환율은 901원쯤이 된다. 그러나 당시 환율은 942원이었다. 따라서 이 경우 빅맥 지수에 의하면 원화의 가치가 저평가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렇게 빅맥지수가 실제 환율보다 낮으면 원화가 저평가된 수준임을 의미하고 반대로 실제 환율보다 높으면 원화의 가치가 고평가된 수준임을 의미하는 지표가 된다.
이렇게 산출한 빅맥지수의 유용성은 우리나라 외환위기 때 알려지기도 했다. 1997년 4월 우리나라의 실제 시장 환율은 달러당 894원이었고, 빅맥 지수에 의한 적정 환율은 950원이었다. 이후 환율이 외환위기로 급격히 올라가면서 고평가가 해소되기도 했다.
그러나 빅맥지수도 20년이 넘게 지속되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최근 햄버거가 정크 푸드(junk food)의 대표 음식으로 인식되면서 몇 년간 햄버거의 판매량이 세계적으로 위축되고 있고, 과감한 가격 파괴로 기존의 빅맥 지수가 적정 환율의 평가 잣대로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아지고 있다.
그래서 대안으로 나온 지수 중 하나가 한국의 한 경제 일간지에서 만든 '스타벅스 톨 라떼 지수'(Starbucks tall latte index)다. 물론 커피도 빅맥과 같이 비교역재이기 때문에 빅맥과 비슷한 한계가 있지만 아직까지는 판매자 우위의 시장 지위를 점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빅맥지수와 차별화된다(적어도 가격인하 정책으로 지수 산출을 교란하는 요인은 없다).
특히 한국에서 시작된 라떼 지수는 빅맥 지수의 원조인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에 '스타벅스 지수와 빅맥 지수의 비교'라는 기사가 실릴 정도로 유명해졌다. 그러나 이러한 지수들은 국가마다 다른 세금과 임대료, 인건비 등 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 커 절대적 자료로 활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
박경원(대구과학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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