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학생 농활 "집수리도 있습니다"

전국 건축학과 학생들 '사랑의 집 고쳐주기'

▲ 경주대 건축학부 학생들이 28일 오후 경북 청도 이서면의 한 가정집 부엌 수리를 하면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 경주대 건축학부 학생들이 28일 오후 경북 청도 이서면의 한 가정집 부엌 수리를 하면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재래식 화장실이 너무 불편했는데… 한국사람들 정말 고맙습니다."

28일 경북 청도군 이서면의 한 허름한 한옥. 집주인 짱아이펑(41·여·대만출신)씨는 포클레인에 허물어지는 화장실을 보며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낯선 이국땅으로 시집온 지 4년. 전동휠체어를 타야만 외출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다리가 불편한 짱아이펑씨에게 화장실은 가장 아쉬운 곳이었다. 다리를 쪼그리고 씻어야 했던 욕실 세면대도 무척 불편했다. "비만 오면 물이 새던 지붕도 고쳐주신다니 너무 감사해요. 한국으로 시집오기를 정말 잘 한 것 같아요."

전국의 건축학과 학생들이 주축이 된 '사랑의 집 고쳐주기'가 농촌의 결혼이민가정과 어려운 이웃들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이번 행사는 한국마사회와 농림수산식품부, 한국농촌공사 등의 후원으로 지난 21일부터 전국에서 9개 마을을 선정, 무료로 노후주택을 고쳐주는 자원봉사 활동.

대구경북에서는 유일하게 청도 이서면 양원리 5개 가구가 선정돼 '새 집'을 짓기 위한 첫삽을 떴다. 28일 이곳에서 경주대 건축학부 학생 16명이 뙤약볕 아래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현장을 지휘하던 최무현 교수는 "지은 지 30~40년된 재래 목조가옥이나 낡은 한옥들이 주대상"이라며 "전체 건물을 헐어내지 않고 화장실, 부엌 등 일부 공간만 리모델링하는 것이라 작업이 더 까다롭다"고 말했다. 5개 가구에 지원되는 2천만원의 지원비가 빠듯하지만, 학생들의 자원봉사가 큰 힘이 되고 있었다.

같은 동네 정모(51·여)씨의 집. 일제시대 때 지어진 이 집은 들보가 내려앉기 직전이었다. 부엌 천장은 시커멓게 그을려 있었고 학생들이 지지대를 세울 때마다 흙이 떨어져 나왔다. 재래식 화장실에는 조명은커녕 문도 없었다. 정씨는 "20년 동안 이 집에 살면서 집을 고칠 엄두를 내지 못했다"며 고마워했다.

경주대 학생 김승현(26)씨는 "아르바이트로 6일 동안 건축현장에 나가면 30만원 넘게 벌 수 있지만, 농촌에서 집을 고쳐주는 보람이 더 크다"며 "마을 주민들의 집을 모두 고쳐주지 못해 아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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