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아침부터 푹푹 찌고 열대야도 오늘까지 19일이나 됐다. 잠시 소나기가 내리더니만 언제였느냐는 듯. "비구름이 지나가다가 '대구다' 하고 비켜간다"는 시중 우스개도 생겨났다.
더우면 무엇보다 不快指數(불쾌지수)가 높아지고 짜증이 난다. 些少(사소)한 이유로도 상대와 시비를 걸게 된다. 욕이 육탄전으로 변하는 것은 순식간이다. 생물학적으로 인체는 더우면 땀을 내서 체온을 내린다. 그런데 습도가 높으면 땀이 잘 마르지 않고 찝찝해진다. 그것이 불쾌지수가 높은 거다.
대구기상대는 불쾌지수가 모든 사람이 불쾌감을 느끼는 83을 넘어서고 있다고 한다. 불쾌지수를 높이는 데 결정적인 습도는 여름날 장마철이면 80~90%까지 오르는데 요즘 낮엔 50% 정도로 낮다. 대신 어제 온도는 사람 체온과 비슷한 36.2℃를 기록했다. 습도보다 더위 자체가 더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더위는 사람을 무력하게 만든다. 움직이는 것조차 귀찮을 지경이다. 시인은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노래하지만 더위는 사람조차 싫어지게 만든다.
성공회대 석좌교수 신영복 선생은 20년간 감옥살이 하면서 쓴 편지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더위를 이렇게 표현했다. "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에서는 차라리 겨울을 택한다. 왜냐하면 여름 懲役(징역)의 열 가지 스무 가지 장점을 일시에 무색게 해버리는 결정적인 사실은 자기 옆 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것이다." 한 공간에서 잠자는 옆자리 동료가 바로 '원수'라는 말이다. 칼잠을 자야 하는 교도소의 현실에서 더위는 옆 사람을 단지 37도의 열 덩어리로만 느끼게 만들기 때문이라는 신 선생의 토로다.
기상학적 온도나 불쾌지수보다 더 우리를 천불 나게 만드는 것들이 바로 우리 현실이다. 독도를 둘러싼 일본과 미국의 行態(행태)들이 그렇고 금강산 사건과 북한의 처신이 그렇다.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논쟁과 PD수첩 진실게임은 석 달째 끝나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여긴 교도소 안도 아니고, 사람이 싫지는 않아야 할 텐데. 불쾌지수를 확 떨어뜨리는 처방, 더위 탈출 방법은 없나?
이경우 논설위원 the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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