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칼럼] 공공디자인의 진정한 가치

지자체'전문가'시민 삼각공조로/ 미관 뛰어넘는 문화가치 창조해야

몇몇 지방자치단체의 공공디자인 실무자를 만났다. 그들의 숙제는 적지 않았다. 서울은 한걸음 앞서나간 듯했지만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는 그 직제가 임시조직에 머무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조례의 제정과 업무분장 등이 미분화 상태에 놓여 있었다.

공무원들은 아직 디자인이라는 개념이 생경스러운 만치 그 개념을 구현하려는 직무 고민을 외부의 전문가에게 자문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지역 주민의 삶의 공간을 보다 안락하고 아름답게 설계하려는 의지와 열정은 대단히 높고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아울러 그 추진의 속도 역시 빠르다는 느낌이다.

종래 도시거리의 녹지와 간판 등의 정비 업무들이 단기적이고 물리적인 인식수준에서 다루어 온 것에 비하면 공공디자인은 행정미의 실현이라는 새로운 소프트웨어에 그 중심가치를 두고 있다.

바람직한 공공디자인은 균형 잡힌 삼각구조(트라이앵글) 속에서 구현되어야 한다. 즉 행정가와 전문가(예술가) 그리고 시민 등 공공디자인의 트라이앵글이라는 세 축은 행정의 능률은 물론 균형성과 미감을 구축하게 한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행정미학자 R.W.VrMeer는 행정 미의 달성은 행정가의 합리성과 예술가의 미적정서, 그리고 행정 소비자인 시민의 인내와 너그러운 이해 속에서 가능해진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 대구시 공공디자인의 실천에 요구되는 트라이앵글의 입장은 어떻게 정의되어야 하나. 먼저 행정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도시디자인의 목표를 설정하고 그 방법론을 찾아야 한다. 세부 프로그램의 입안과 그 시행 가능한 제도와 예산을 마련하고 추진 과정에서 발생할 부작용을 예측하여 그것을 최소화하도록 행정정보를 관리해 나가야 한다. 특별히 공공디자인은 도시 미관의 수준을 높이려는 단기 기술관리적인 차원을 뛰어넘는, 그야말로 행정작품을 만들어 내는 일이다.

둘째 전문가 집단은 행정의 합리성을 감성차원에서 보완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들은 획일적이고 표준화된 행정으로부터 벗어나 보다 자유로운 상상력과 아이디어를 행정에 접목하도록 하여야 한다. 건축가와 도시공학자는 물론 철학과 문화예술 등 다양한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공공디자인 전문가들은 인간중심적이면서 미감으로 아우른 대구시를 재창조하도록 고민하여야 한다.

셋째 공공디자인에 있어 시민은 곧 현장이다. 현장에 선 시민은 주인으로서 희망과 인내를 동시에 감당한다. 그래서 가장 유의하여야 할 대상이 시민이라는 축선이다. 시민과 괴리된 그 어떤 프로그램도 착근하지 못한다. 관련 행정프로그램은 결국 시민의 삶을 규제하거나 촉진하기 때문이다. 그것에 소요되는 시간과 재원 역시 시민이 부담하거나 인내하여야 할 부분들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유재산을 양보하거나 불편을 감수하기도 하여야 한다. 그들이 차지하는 비중에 비하여 공공디자인 과정의 시민 참여기회와 정보 이용은 오히려 제한된다. 그러므로 대구시민은 대구시디자인에 대한 장밋빛 희망과 기대를 가지되 그에 상응하는 인내를 동시에 갖추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공공디자인에 대한 시민의 기대심리는 조급하기 마련이다. 당장 한두 달은 아니더라도 연내에 거리가 달라지고 도시경관이 확연하게 변화될 것을 기대하게 되지만 성숙한 시민은 오히려 그 속도를 조절해 나가는 너그러움을 가져야 할 것이다.

공공디자인은 행정의 기술적 변화를 통한 능률가치의 신장이 아니라 행정의 외연과 환경을 인본적으로 재구축하고자 하는 민주가치의 확장이다. 지역의 특성과 정서를 살려내고 그 위에 고유한 도시거리를 설계하는 장기적이고 비가역적인 프로그램이다. 좋은 행정의 대명사처럼 전개되고 있는 공공디자인은 행정가와 전문가, 그리고 시민이라는 트라이앵글의 균형잡힌 관계와 노력 속에서 그 진정한 가치가 달성될 것으로 믿는다.

김정식 육군3사관학교 교수(예술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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