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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장기요양보험 등급판정,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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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와 중풍 등 노인성 질환자들의 수발을 정부가 지원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지난달 1일 시작돼 한 달을 넘겼다. 거동이 불편해 혼자 생활할 수 없는 만 65세 이상 노인이나 노인성 질환을 가진 성인은 심사를 거쳐 요양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지만, 벌써부터 여러 가지 미비점이 지적되고 있다. 등급판정 심사가 구두문답에 편중돼 있거나 실제 몸 상태에 비해 등급외 판정을 받는 이들이 많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으며, 이용시간을 늘려달라는 이용자들의 요구도 빗발치고 있다.

◆불만스런 요양보호서비스

시각장애 1급에 갑상선암을 앓고 있는 김모(85·여)씨. 김씨는 노인장기요양보험 등급심사에서 3등급을 받았다. 타인의 도움을 받으면 외출이 가능하다는 게 판정 이유. 하지만 화장실에 갈 때조차 간병인이 필요한 김씨에게 3등급은 너무 낮다. 김씨가 하루 이용할 수 있는 재가 요양서비스는 4시간. 그 이상 이용하려면 비용을 전액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주말은 이용조차 안 된다. 결국 김씨는 한 달에 60만원을 주고 하루 12시간씩 간병인의 도움을 받고 있다. 김씨는 "이런 식이라면 차라리 내돈 주고 일반 간병인을 불러다 쓰는 게 더 낫다"며 "정부에서 하는 일에 너무 큰 기대를 걸었던 것 같다"고 했다.

보험 시행 이후 서비스가 더 나빠진 경우도 있다.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홀몸노인 박모(75·여)씨는 아예 등급외 판정을 받았다. 정부 지원으로 살고 있는 박씨의 처지를 감안하면 당장이라도 시설요양이 시급한 상태. 손을 심하게 떨어 혼자서 밥을 해먹기 힘들 정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심사결과 '손을 떨긴 하지만 혼자서 일을 처리할 수 있고 보행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등급외 판정을 받았다. 기초생활수급자인 박씨의 경우 노인장기요양보험 시행 이전에는 다른 복지규정에 따라 시설입소 대상이었지만,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전면 시행된 이후에는 시설 입소 대상에서 제외됐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상에는 시설 입소 대상을 1, 2등급자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씨는 "몸이 완전히 망가진 뒤에라야 들어갈 수 있느냐"며 등급변경신청을 해놨다고 말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이달 초까지 노인장기요양보험 신청자는 총 1만여명으로 이 중 3천936명(39.3%)이 시설입소 대상인 1·2등급을, 3천2명(30%)이 재가서비스 이용 대상인 3등급을 받았다. 나머지 3천69명(31.7%)은 등급외 판정을 받았다. 10명 중 3명이 탈락한 것이다.

◆돈벌이(?)로 전락한 요양서비스

요양서비스가 돈벌이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한 복지관 복지사는 "홀몸노인이나 기초생활수급 대상 노인들의 명단을 달라는 전화가 최근 자주 온다"고 했다. 재가서비스 제공기관이나 요양보호사 자격증 소지자들로부터 걸려오는 전화라는 것. 노인장기요양보험 출범에 따라 요양보호사 자격증 소지자가 넘쳐나면서 등급을 받은 노인들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빚어진 것이다.

한 요양보호사는 "요양보호사를 하면 최소한 한 달에 120만원씩은 번다는 소문을 듣고 뛰어들었는데 현실은 동떨어져 있다"고 했다. 특히 일부 요양보호기관에서는 요양보호사들에게 '재가서비스할 노인들을 몇 명씩 데려오라'고 은근히 종용을 할 정도라는 것.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복지서비스가 돈벌이로 전락한 것이다.

대구의 한 복지기관 관계자는 "재가서비스 제공기관이 너무 많아 벌써부터 서비스 대상자들을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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