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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유치 기념 10억짜리 기념비 건립 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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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천군 이주대책은 '뒷전'

"도대체 10억짜리 도청유치 기념물이 무슨 말입니까? 졸지에 대대로 살아온 삶의 터전을 떠나야하는 시퍼렇게 멍든 우리들 마음은 아랑곳없이 기념비 건립이 능사입니까?"

최근 예천군이 10억원을 들여 군청 뒤편에 자리한 흑응산 정상에 팔각정과 기념비 등 도청유치 기념물을 건립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호명면 산합·금능리 일대 도청 이전지 주민들은 허탈한 표정들이다.

김해 김씨와 경주 이씨 등의 집성촌인 이 지역 160여가구 380여명의 주민들은 대부분 예순을 넘긴 노인들로 조상 대대로 땅을 갈면서 살아온 사람들. 지난 6월 8일 이 마을이 경북도 신도청 조성지로 확정 발표된 이후 이들은 지금껏 하루도 발을 뻗고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주변에서는 땅값이 다락같이 올라 박수 소리가 요란하지만, 이들은 고향을 떠나야 하고, 무엇보다 한가족처럼 알콩달콩 살아온 일가친척과 이웃사촌들과 헤어져야 하는 불안감에 우울할 따름이다. 게다가 다른 곳에 땅을 사고 집을 지어 살 수 있는 충분한 보상에 대한 기대도 없는 상황이어서 더욱 암담한 심정인 것이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경북도나 예천군이 이주민들이 흩어지지 않고 모여 살 수 있도록 이주단지를 조성해 줄 것"을 바라고 있다. 하지만 예천군은 이들의 소박한 바람에는 큰 눈길을 주지 않은 채 도청유치의 공을 알리는 데만 관심이 있는 것 같아 기가 막히다.

주민 김모(68·호명면 산합리)씨는 "10억원이나 들여서 산 정상에 팔각정을 세우는 게 그렇게 시급하냐"며 "기념비에는 군수를 비롯해 지역유지들의 이름을 줄줄이 새겨 공치사를 일삼을 게 뻔하다"고 비난했다. 게다가 "기념물이라면 정말 지역민들이 다함께 공유할 수 있고 신도청 소재지로서 면모를 보여줄 수 있는 곳에 마련되는 게 맞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도청유치업무를 담당해 온 미래전략팀 관계자는 "이주민들을 위한 별도의 이주단지 조성에는 줄잡아 80여억원의 예산이 소요된다"며 "안동·임하댐 수몰민들을 위한 이주단지 조성사례처럼 이웃이 흩어지지 않고 살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10억원짜리 기념물을 추진하고 있는 문화관광과 관계자는 "해맞이나 각종 행사에 활용될 만한 예천의 상징적 건물이 없어 팔각정 건립을 계획하고 있다"며 "이를 두고 말들이 많아 도청이전이 확정된 이후 용역을 통해 세부사업 계획을 내놓을 것"이라고 했다.

예천·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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