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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70%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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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생활에서 조금 모자라는 듯하면서도 충분한 상태가 대체로 70% 선이다. 지구의 표면도 70%가 물로 덮여있다.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녹기 시작하여 물 표면적이 70%를 넘어가면 인류는 엄청난 재앙을 각오해야 한다. 공교롭게도 사람의 몸도 70%가 물이다. 이 수치에 조금만 모자라도 탈수증이 생긴다. 음식을 먹을 때도 배불리 먹지 말고 위의 70% 정도를 채우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한다. 30%가 모자라는 것이 70%인데도 70%는 묘하게도 균형을 의미하는 수치다.

경북 영주시가 최근 2010년 시민 건강수명 72세를 목표로 節酒(절주)행사를 벌였다. 무슨 캠페인이 아니라 戒盈杯(계영배)를 제작, 76개 모범음식점에 6개씩 무료로 배부했는데 시민들로부터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계영배는 잔에 70% 이상의 술을 채우면 술이 잔 밑으로 흘러버려 마실 수 없도록 만든 잔이다. 즉 술이 가득 차는 것(盈)을 경계하라(戒)는 의미로 만들어진 잔이다. 최인호의 소설 '상도'에서 조선시대 상인 임상옥이 계영배를 늘 옆에 두고 돈에 대한 욕망을 다스려 마침내 巨商(거상)이 됐다고 해서 더욱 유명해진 잔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종종 술 덜 마시기 행사를 벌인다. 지난해 강원도 원주시는 기존 소주잔의 3분의 1 크기인 '건강 절주잔'을 만들어 음식점에 돌려 화제가 됐는데 이번에 영주시는 아예 계영배를 만들어 돌린 것이다.

그런데 궁금한 것은 한국인의 술 문화 체질에 과연 계영배가 맞겠느냐는 것이다. '원 샷'에다 '잔은 채워야 제 맛'이라는데 70%짜리 잔이 사람들의 흥미를 끌지는 몰라도 인기 상품으로 일반화하기에는 아무래도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특히 勝者(승자) 독식의 신자본주의 논리가 팽배해 있고, 여전히 '돈에 배고픈' 사람이 많은 우리 사회에 계영배가 가르치는 '비움의 미학'이나 '餘白(여백)의 미학'이 얼마나 먹혀들지 의문이다. 안타깝게도 '건강 절주잔'을 배포한 뒤 원주시민들의 술 소비량이 줄어들었다는 소식을 아직 듣지 못했다.

따라서 영주시는 계영배를 배포하는 데 그치지 말고 얼마나 활용되고 있는지 뒷조사를 해 볼 필요가 있다. 계영배가 호기심의 대상이 아닌 실제 주고받는 잔으로 사용될 때 진정한 절주 행사로 자리 잡을 것이다.

윤주태 논설위원 yzoot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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