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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댐 입구 300년생 회나무 밤새 '싹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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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 22일. '정신문화의 고장' 안동 사람들은 누이를 잃고 눈물짓던 월명사처럼 오랜 세월 애환을 함께해 온 고목을 잃고 '제망수가'(祭亡樹歌)를 부르고 있다. 안동댐 진입로에 서있던 회화나무(일명 회나무)가 밤새 밑동이 싹둑 잘린 채 길바닥에 쓰러져버린 것.

족히 300여년이 넘은 이 회나무를 전기톱으로 자르는 만행을 저지른 사람은 도대체 누구인가. 어느 나라 사람인가. 이웃의 어르신처럼 언제나 든든한 그늘이 되고 바람막이가 되어주던 나무가 쓰러진 자리에서 사람들은 넋을 잃었다.

어느 팔순 노인은 "어찌 이리도 허망하게 가셨는가! 왜 이리도 황망하게 가셨는가?"라며 안타까운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한 주민은 "잘려나간 나무라도 잘 다듬고 보듬어 장승으로 깎아 있던 자리에 세워주어야 한다"며 온종일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안동댐 진입로에 서 있었던 이 회화나무는 고성 이씨 종택인 99칸 임청각과 함께해 온 역사적 상징목이었다. 일제가 철도를 개설하면서 임청각 아래채를 일부러 헐어버렸지만 이 나무는 꿋꿋하게 서 있었다. 1970년 당시 안동댐을 건설하고 도로를 닦을 때에도 이 나무는 건재했다.

나뭇가지를 베어내던 인부가 죽고 나무 밑동을 훼손하려던 중장비 삽날이 부러지는 일로 인해 지역민들은 신목(神木)으로 추앙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나무는 일제강점기의 설움과 아픔, 안동댐의 건설 등 근대화 과정의 삶과 애환은 물론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석주 이상용 선생의 우국충정이 서린 안동의 역사와 함께했던 나무였다.

그뿐인가. 이 나무에는 해마다 단옷날이면 그네를 메달아 한복을 차려입은 아낙들이 강물 위를 오가던 풍경과 새하얀 백사장에 소풍나온 아이들의 정겨운 모습 등 안동사람들의 삶의 한 궤적이 어려 있는 것이다.

김영철(85·안동 용상동)옹은 "댐이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이 나무와 백사장은 최고의 쉼터였다"며 "안동의 역사와 문화적인 상징물이 스러진 자리에 작은 회나무라도 한 그루 심어 시민들의 허전한 마음을 달래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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