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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자 읽기]돌아다보면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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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성 지음/창비 펴냄

눈이 내린다 기차 타고/ 태백에 가야겠다/ 배낭 둘러메고 나서는데/ 등 뒤에서 아내가 구시렁댄다/ 지가 열일곱살이야 열아홉살이야

구시렁구시렁 눈이 내리는/ 산등성이 숨차게 올라가는데/ 칠십 고개 넘어선 노인네들이/ 여보 젊은이 함께 가지

앞지르는 나를 불러 세워/ 올해 몇이냐고/ 쉰일곱이라고/ 그중 한 사람이 말하기를/ 조오흘 때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 한다는/ 태백산 주목이 평생을 그 모양으로/ 허옇게 눈을 뒤집어쓰고 서서/ 좋을 때다 좋을 때다/ 말을 받는다

당골집 귀때기 새파란 그 계집만/ 괜스레 나를 보고/ 늙었다 한다. -태백산행- 중에서

시대의 모순과 소외된 이들의 슬픔에 관한 시를 써왔던 정희성 시인이 다섯번째 시집 '돌아다보면 문득'을 출간했다. 2001년 이후 7년 만에 내놓은 이번 시집엔 38년의 시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히 이번 시집엔 웃음과 해학의 힘을 가진 시들도 여러번 수록해 삶의 활력을 전해준다. '태백산행'과 '새우젓 사러 광천에 가서' '내가 아는 선배는' 등의 시는 질펀한 삶의 고락을 솔직하게 풀어냈다. 이 외에도 깊은 사랑이 만들어낼 초월적인 현실에 대해 애잔한 연민을 드러내고 있다. 106쪽, 7천원.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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