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명의]경북대병원 정성훈 교수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주의력 결핍&과잉행동' 70%는 약물로 호전

"마이클 펠프스(베이징올림픽 수영 8관왕)때문에 좀 편해졌습니다. 이젠 ADHD(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를 설명하기가 그만큼 쉬워졌으니까요"

정성훈 경북대병원 정신과 교수는 소아청소년 정신의학 전문의다. 정 교수가 가장 많이 진료하는 분야는 펠프스가 어린 시절 앓았다고 해 화제를 모았던 ADHD. 산만하고 난폭해지며 한 곳에 오래 집중하지 못하는 증세로, 정 교수가 진료하는 외래환자의 절반 이상이 ADHD를 앓고 있다.

그러나 이런 ADHD 환자가 갑자기 늘어난 것은 아니다. 경제 수준이 높아지고 핵가족화가 맞물리면서 ADHD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커진 것 뿐이다. 미국에서는 경제 수준이 높아질수록 ADHD약제 사용량이 늘어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정 교수는 "ADHD의 70%는 유전에 의해 발생한다"며 "예전에 없던 병이 느닷없이 생겨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ADHD는 약물치료를 통해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정 교수는 "혈압과 혈당을 낮추는 다른 약물처럼 ADHD환자 10명 가운데 7명은 약물치료를 통해 집중력을 호전시킬 수 있다"며 "드물지만 그래도 호전되지 않는 경우 친구사귀기 등 사회기술훈련이라 불리는 집단심리치료를 시도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ADHD환자가 절대다수를 이루기는 하지만 소아청소년 정신의학의 세계는 이게 전부가 아니다. 정 교수가 다루는 분야는 자폐증, 정신지체, 언어발달장애, 소아기 불안장애, 양극성 장애 등 50여가지에 이른다.

이 가운데 ADHD 다음으로 많이 나타나는 증세는 단연 틱장애. 근육이 빠른 속도로 리듬감 없이 반복해서 움직이거나 소리를 내는 장애를 말하는데, 잠시 동안은 참을 수 있지만 한계를 넘으면 강력한 충동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계속하게 되고, 의지만으로는 억제하기가 힘들다. 눈이나 코를 반복해서 깜빡이거나 실룩거리기도 하고, 허리로 내려가면 갑자기 불쑥 튀기도 한다. 정 교수는 "의지로 조정할 수 없는 신체적 문제인데도 집이나 학교에서 체벌을 당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며 "틱장애를 제때 치료하지 못하면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거나 스스로 견디지 못해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힘들 수도 있다"고 했다.

정 교수가 다루는 소아청소년 정신의학은 이처럼 삶과 죽음의 문제가 아니라 잘 사느냐, 못 사느냐의 문제로 귀결될 수 있다. "인생이라는 무대 위에서 멋진 공연을 펼치려면 무대부터 튼튼해야 합니다. 정신적 문제를 제때 치료하지 못하면 무대가 부실해질 수밖에 없고 제대로 된 삶을 살지 못하는 것이죠."

정 교수는 "정신적 문제를 방치한다고 당장 어떻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주변 인간 관계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며 "나중에 다시 바로잡으려면 그땐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정교수는 소아청소년기에 받은 트라우마(심리적 충격)가 아동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오랫동안 연구해왔고 아동들의 심리 상황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평가 도구를 만드는 데 노력해 왔다. 2001년~2003년까지 3년간 미국 튤레인대학 소아정신과 연수를 통해 이와 관련한 선진 치료기법을 익혔고, 귀국 후 대구아동보호전문기관과 영남권역해바라기센터(성폭력피해아동의료지원센터) 심판위원과 운영위원으로 활동해 온 것. 정 교수는 그동안의 성과를 바탕으로 늦어도 내년 초까지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아동 심리 평가 도구에 대한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 교수는 "모든 진료과가 마찬가지만 정신과 또한 환자와 의사 간의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며 "비록 치료가 잘 되지 않아도 환자가 믿고 계속 찾아줄 때 의사로서의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프로필

△1988년 경북대 의대 졸업 △2001년 계명대 의대 의학박사 △2001~2003년 미국 튤레인대학 소아정신과 연수 △1996~현재 경북대 의대 교수 △2004년~현재 경북대 정신과 과장 △2007~현재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감사, 대한우울조울병학회와 정신약물학회 이사 △영남권역 해바라기센터 운영위원, 대구아동보호전문기관 심판위원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조국 혁신당의 조국 대표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비상계엄 사과를 촉구하며, 전날의 탄핵안 통과를 기념해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극우 본당을 떠나...
정부가 내년부터 공공기관 2차 이전 작업을 본격 착수하여 2027년부터 임시청사 등을 활용한 선도기관 이전을 진행할 계획이다. 국토교통부는 2차...
대장동 항소포기 결정에 반발한 정유미 검사장이 인사 강등에 대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경남의 한 시의원이 민주화운동단체를...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