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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사고력·문제해결 능력 도움" 시지고 '학생 자치 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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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시지고에서 열린 학생 자치 법정에서는 두발 자율을 놓고 학생들의 열띤 공방이 펼쳐졌다. 윤정현 인턴기자
▲ 22일 시지고에서 열린 학생 자치 법정에서는 두발 자율을 놓고 학생들의 열띤 공방이 펼쳐졌다. 윤정현 인턴기자

"피고는 지난 5월 두발 불량으로 두 차례나 학생부 지적을 받았음에도 이에 수긍하지 않고 두발에 대한 교칙을 개정하기 위해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학교 규정을 어겼습니다."(검사)

"피고가 처벌을 받기 전에 과연 교칙이 학생 자율에 얼마나 적절하게 적용되었는가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변호사)

22일 오후 3시 대구 수성구 시지고 시청각실에서는 '학생 자치 법정'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학생들 스스로 판사와 변호사, 검사 등의 역할을 맡아 진행하는 이 법정은 '모의 재판'의 성격을 띠고 있지만 일반 법정을 옮겨놓은 듯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이날 공방의 핵심은 학교에서 흔히 문제되는 '두발 자율'. 피고를 맡은 남도훈(시지고 2학년)군은 실제로 두발 불량으로 수차례 적발돼 서명운동을 벌였고 자신의 억울함을 밝히기 위해 역할을 자처했다.

학생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각종 자료를 인용하는 등 시종 진지함을 잃지 않았다. "2개 학급을 설문조사한 결과 학생들의 79%가 두발에 대한 현재 규정이 엄격하다고 답했습니다. 우리 학교 규정은 선생님 의견이 많이 반영된 것입니다. 머리카락이 2, 3㎝ 길다고 해서 성적이 떨어지거나 학교 분위기를 해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두발 제한은 인간의 행복추구권을 위배하는 기계적 기준입니다."

변론이 끝나자 검사가 맞받아쳤다. "피고는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서명운동을 벌였습니다. 이 때문에 두발이 불량한 다른 학생들까지 조금 더 버텨보자며 동조하고 있습니다. 이는 서명에 참가한 학생들 명단을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이 같은 행동은 교내 분위기를 해치고 학생의 기본적인 의무인 교칙을 어긴 것입니다."

30여분간 변호사와 검사 간의 열띤 공방이 이어졌다. 이를 지켜본 2학년 김예영양은 "법이라고 하면 그저 무겁고 우리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생각했는데 모의 재판을 보면서 좀 더 가까워진 느낌이다"고 했다. 피고 역할의 남군은 "두발 제한 완화라는 원하는 판결을 받진 못했지만 이 자리를 통해 의견을 표현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장동만 교장은 "학생 자치 법정은 학생들이 직접 역할을 맡아봄으로써 법적 사고력과 문제해결 능력을 키울 수 있는 등 여러 효과가 있다"며 "앞으로 매월 한 차례 정도 법정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학생 자치 법정은 두발 불량이나 지각 등 비교적 경미한 교칙 위반 학생들 중 누적벌점 초과 학생을 대상으로 동료 학생들이 변론하고 학생 스스로 판결하는 법 교육 프로그램으로 시지고는 지난 3월 법무부의 공모를 통해 지역에선 유일하게 선정됐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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