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실이 죽었다. 그것도 자살이다. 어느 죽음인들 그렇지 않으랴만 최진실의 경우야말로 얼른 믿기지 않는, 귀를 의심케 하는 소식이었다.
최진실의 대중적 애칭이 '국민 여동생'이었던가. 연예계 데뷔 20년이면 어느덧 '중고참'이다. 거기에다 나이도 마흔 줄에 들었으니, 이제 불혹의 중년 아닌가. 그렇지만 최진실의 인상은 마지막까지 앳되고 생기발랄했다. 지금도 가끔 들을 수 있는 변진섭의 노래, '희망사항'의 가사 몇 구절은 꼭 최진실의 면모를 베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여자, 밥을 많이 먹어도 배 안 나오는 여자, 내 얘기가 재미없어도 웃어주는 여자, 내 고요한 눈빛을 보면서 시력을 맞추는 여자···" 특히 '웃을 때 목젖이 보이는 여자'라는 부분은 영락없이 최진실을 떠올리게 한다.
인기인은 두말할 것도 없이 공인이다. 공인이란 언제나 생면부지의 사람들 속에서 산다. 가족도 이웃도 아닌 익명의 사람들과의 피할 수 없는 관계, 그것을 잘 유지해나가야 하는 것이 공인의 자리다. 더욱이 연예인, 연기자의 그것은 인기라는 화려한 무대 위에서 그 일거수일투족이 수많은 관객들의 시선에 사로잡힌 처지다. 그러나 인기라는 이름의, 그 예측을 불허하는 사랑은 언제 어느 때 야유가 되고 독이 될지 모르는 생판 '남의 속'일 뿐이다.
인생은 매순간 선택의 연속이라 했던가. 최진실은 한 남자를 만났고, 마침내 결혼을 하고, 두 아이를 낳고, 그때부터 정상을 뒤로하는 내리막길이 시작되었고, 이혼을 하고, 그리하여 어쩌다 내디딘 한 발짝이 참으로 천 길 낭떠러지였다.
이혼한 부모, 편모슬하의 어린 시절. 뼈저리게 겪었던 자신의 '결손'을 자신의 두 아이에게 그대로 물려주게 된 심정이 오죽했을까. 그래서 남편과 헤어진 후 두 아이에게 기울인 최진실의 사랑은 유별났다고 한다. 그 자식들을 생각하면 죽고 싶어도 차마 죽을 수 없었을 터. 그러나 엄마인 최진실은 죽었다. 아이들의 운명엔 설상가상 아닌가. 최진실이 그걸 모를 리 없다. 바로 이 지점이 이해가 안 되는 대목이다. 그렇지만 현실은 최진실이 끝내 죽음을 선택하고 말았다. 터무니없는 '악플'의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갔다는 것이다.
최진실은 자신에게 변함없는 성원을 보내는 팬들을 믿고, 그 전체 대중들 속의 병적 극소수자쯤 무시해버릴 수는 없었을까. 어느 사회, 어느 집단 할 것 없이 한둘씩 악의에 찬 '입'은 있다. '남의 말'을 밥 먹듯 하는 이들의 발설은 한낱 체질적 배설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의 말이 사실이건 아니건 '사람잡는 남의 말'은 현행법상으로도 분명한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로 처벌이 가능하다. 이들의 '입질'은 스스로도 감당할 수 없는 심한 열등감과 소외감, 시기심과 질투심이 불러일으키는 히스테리나 망상장애 같은 정신질환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최진실과 같은 선의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그들은 일정수준 격리가 필요한 '환자'들이긴 하다.
그래서 정치권 일각에서는 최근 '입단속' 관련 입법이 거론되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그것은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 감시와 단속을 강화할 일이지, 결과적으로 또다시 '1%'만을 위한 '옥상옥'은 곤란하고 어색하다. 인터넷 등 사회적 환경이 달라진 이상 '댓글'의 순기능도 전적으로 무시할 일만은 아니다. 이제, '특별한 사람들'도 겁나는 구석이 좀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현대판 여론이라고도 할 수 있는 '댓글'인 것이다. 말하자면 현재 건전한 '댓글'은 일정수준 사회적 자정기능을 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금세 수면 하로 잠복하긴 했지만 '최진실法(법)'은 불필요하다. 유가족들도 '최진실' 이름을 붙이는 걸 원치 않는다고 하니 '없었던 일'로 하면 되는 것 아닌가. 다만 최진실을 애도하는 마음, 그의 죽음을 교훈 삼아 저마다'입조심'을 하면 될 것이다.
문인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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