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얀마 3인방 '경북대 외국인 유학생 말하기 대회' 1, 2, 3위

"한국인 보다 더 차분하게 구사한 한국어"

562돌을 맞은 한글날인 9일, 경북대에는 하루종일 미얀마 학생들의 한국어 사랑이 화제가 됐다. 한글날을 기념해 열린 '경북대 외국인 유학생 말하기 대회'에서 미얀마에서 온 학생들이 1, 2, 3위를 휩쓸었기 때문.

주인공들은 정부초청장학생으로 경북대에 유학온 쉐이표(어학교육원 교육생)·수이녜잉(컴퓨터공학과)·타타우(어학교육원 교육생)씨로, 이 대회에 참가한 16명의 외국인 유학생들을 제치고 각각 대상, 우수상, 장려상을 수상했다. 심사위원들은 "이들 모두 우리나라 사람보다 더 차분하게 한국어를 구사하고 실력도 대단해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 정도였다"고 혀를 내둘렀다.

대상을 수상한 쉐이표씨는 "한국에 오기 전부터 미얀마에서 2년 동안 한국어를 배웠다. 또 우리 세 사람은 미얀마에서 열린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도 상을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장려상은 받은 타타우씨는 "발음이 힘들지만 한국어는 누구보다 자신이 있는데, 우리끼리 경쟁을 하니까 꼴찌가 됐다"고 눈을 흘겼다.

실제로 인터뷰를 하는 내내 이들이 외국인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한국어가 유창했다. 쉐이표씨는 미얀마 사람이 한국어를 잘하는 이유를 비슷한 언어구조에서 찾았다. "미얀마어는 영어보다 한국어에 가까워요. 어순도 동일하고, 미얀마에도 존대법이 있거든요."

한국에 온 지 1년6개월 됐다는 수이녜잉씨는 '언니', '선배'라는 단어가 참 좋다고 했다. "미얀마에는 선후배 사이가 한국 같지 않아요. 그냥 높은 학년과 낮은 학년의 구분일 뿐이죠. 선배와 같은 뜻을 가진 단어가 미얀마에도 있긴 하지만 잘 사용하지 않아요. 한국의 정서가 느껴지는 선배라는 단어가 참 좋답니다."

이들은 한국 사람들이 한글날을 기념하는 것이 너무 부럽다고 했다. "미얀마에는 우리말을 기념하는 날이 없어요. 한국사람들은 한글을 무척 아끼고 사랑하는 것 같아 부러워요. 또 한국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우리 대한민국은요, 우리나라는요'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되는데 그 말 속에 자긍심이 느껴지더라고요. 미얀마 사람들은 애국심이 좀 부족한 것 같은데, 언젠가는 한국사람들처럼 조국을 자랑스럽게 느끼고 자랑할 수 있는 그런 날이 오겠지요."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사진-한글날을 기념해 경북대에서 열린 외국인 유학생 말하기 대회에서 1, 2, 3위를 차지한 미얀마 유학생인 쉐이표·수이녜잉·타타우씨(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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