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춘추전국시대에 晉(진)나라와 楚(초)나라는 중원의 패권을 두고 다퉜다. 진과 초의 양 강대국 사이에 놓인 鄭(정)나라는 진을 섬겼다가 초를 섬겼다가 반복이 무상했다.
초나라가 다시 정나라를 침략하자 진나라는 11개국 제후를 설득, 동맹을 맺고 정나라를 도와 승리를 거둔다. 이에 정나라는 진나라에 전차 등 많은 병기와 樂師(악사) 및 미인들을 보냈다. 晉悼公(진도공)은 이 사례품의 반을 공을 세운 魏絳(위강)에게 주면서 그의 공을 치하하고 위로하였다. 하지만 위강은 굳이 사양하면서 왕에게 아뢰기를 "폐하께서는 생활이 편안하면 위험을 생각하고, 생각하면 준비를 갖춰야 화를 면할 수 있다(居安思危 思則有備 有備無患)는 이치를 받아들이시기 바랍니다" 하고 세 번이나 사양한 다음 그 하사품을 받았다. 여기서 비롯된 말이 '거안사위'다.
菜根譚(채근담)에 '군자는 편안한 날에도 안일하게 지내지 않도록 마음을 단단히 긴장시켜 훗날의 우환에 대비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순조로울 때 한층 마음을 가다듬어 이변에 대비하라는 뜻이다.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은 "동양에서는 'crisis'를 危機(위기)라고 쓴다. '危(위)'는 위험을 뜻하고 '機(기)'는 기회를 뜻한다. 위기상황이 오면 위험을 예측하는 동시에 기회를 살펴야 한다는 뜻이다"라며 위기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했다.
투자의 귀재인 조지 소로스는 지난 4월 펴낸 '금융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저서에서 "대공황보다 더 심각한 재앙이 다가오고 있다. 금융시장의 고통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라고 경고했다. 서브프라임 사태로 촉발돼 전 세계 금융가를 덮친 최근의 금융위기 원인과 향후 벌어질 파장을 예측한 것이다. 책이 나오고 불과 5개월 만에 그의 경고를 등한시했던 미국 월가부터 폭풍이 몰아치기 시작, 전 세계가 금융공황상태에 빠졌다.
우리나라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위험성이 예측됐는데도 별다른 준비를 않고 있다가 '금융쓰나미'를 맞았다. 고환율 정책에 미련을 두다 금융위기와 함께 환율 태풍에 휘말리고 있다. 곳곳에서 경고음이 들렸는데도 불구, 무사안일하게 대응한 탓이 크다. 벌써 책임론까지 나오는 마당이다. 정책당국자들이 '居安思危(거안사위)'의 교훈을 한 번쯤만 생각했어도 이렇게 무참하게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홍석봉 중부본부장 hsb@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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