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영일만항은 대구.경북의 새로운 희망'

숲속의 제왕인 호랑이는 그 기운이 꼬리에 집결되어 있다고 한다. 호랑이는 꼬리로 방향을 잡고 무리를 지휘하며, 그 힘으로 달린다는 게 동물학자들의 연구결과이다. 한반도는 곧잘 백두산 호랑이가 대륙을 향해 포효하는 형상으로 비유된다. 그 호랑이 꼬리로 비유되는 지역이 바로 포항의 영일만이다. 그래서인지 당대의 풍수가들은 한반도의 국운상승과 국태민안은 오로지 영일만 정기에 달렸다고 했던 것일까.

요즘 영일만에는 내년 8월이면 컨테이너 부두 4선석이 개항할 예정인 영일만항이 그 위용을 뽐내며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지난 1992년에 첫 삽을 떤 영일만항은 오는 2011년까지 1조 5천200억 원의 사업비가 들어가는 대역사이다. 완공 시 방파제 8.8km에 15선석(컨테이너 4선석) 규모로 동해안 최대 규모의 컨테이너 항만임은 물론이다.

영일만항은 러시아 극동지역의 북방물류와 북한 나진'선봉의 대북교역, 그리고 일본 서해안은 물론 미국 등으로까지 뻗어나가는 520만 대구'경북의 해양진출 관문이다. 또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연계가 가능한 대륙진출 전진기지이다. 그래서 영일만항은 건설공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대구'경북발전의 전략요충지로 부상했으며, 항만 배후단지는 매력적인 투자처로 주목을 받아왔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국가든 도시든 그 지역의 관문은 모름지기 붐벼야한다. 사람과 문물의 왕래가 잦아지면 자연스레 활력이 넘치고, 활력이 넘치는 곳에는 어김없이 돈과 사람이 모이기 마련이다. 그러면 관문을 중심으로 번성을 누리는 지역이 생겨난다. 또 하나의 새로운 경제권이 탄생하는 것이다. 이렇게 영일만항 개항은 포항은 물론 대구'경북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지역발전을 도약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포항은 지난해부터 일본, 러시아, 중국 등을 찾아 영일만항 세일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달 8일부터 10일까지 3일간 극동 러시아의 최대 관문인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시를 지난해에 이어 다시 찾았다. 국영기업으로 연간 200만 TEU(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를 수송하는 러시아 최대 선사인 FESCO사와 '영일만항 이용 및 물동량 확보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앞으로 영일만항의 안정적인 물동량을 확보하는데 'FESCO효과'는 매우 클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연해주 정부와는 '경제적, 문화적 교류와 협력을 위한 교류의향서'를 체결했는가 하면, 현지에서 포트세일즈 세미나를 열어 참석자들에게 영일만항의 매력을 홍보하고, 그 경쟁력을 충분히 입증하는데 성공했다.

영일만항은 이미 국내 굴지의 선사인 동남아해운을 비롯해 포스코, 코오롱 등과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현재 상태로 간다면 내년 물동량 확보계획인 8만5000TEU를 훨씬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렇게 영일만항은 환동해경제권의 국제교역 중심항만으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무엇보다 대구'경북은 21세기 해양시대를 맞아 환동해경제권의 중심지역을 지향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영일만항 물동량 확보와 그 배후단지 개발은 비단 포항만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대구'경북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차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대구와 경북은 갈수록 지역경제의 전략요충지로 성장하는 영일만항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희망을 만들어나가기 위해 공동의 노력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지금 단지조성 공사가 한창인 594만여㎡(180여만 평) 규모의 영일만항 배후단지에는 앞으로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속속 입주하게 될 것이다. 또한 배후단지 내에 자유무역지역 지정을 위한 작업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여러 혜택이 주어지는 자유무역지역에 세계적 물류기업 등이 유치되면 영일만항은 내년 컨테이너 부두 개항과 함께 국제물류 중심지로 자리 잡을 것이다. 자유무역지역이 지정되면 1만여 명에 달하는 일자리 창출과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5, 6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포항을 넘어 대구'경북 전역으로 파급효과를 일으킬 것이다.

반도국들이 가장 번성을 누렸던 시기는 해양으로 진출했던 때였다. 이는 세계사가 잘 증명해주고 있다. 혹자들은 지중해를 과거의 바다로, 대서양을 오늘의 바다로, 태평양을 미래의 바다로 일컫는다. 오늘날 중국과 일본 등 동북아는 물론 환태평양의 주요 항만도시들은 중심항만 지위를 선점하기 위해 기존 항만을 확충하고, 새로운 항만을 건설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포항도 영일만항이 국제물류 중심항만으로 부상할 수 있도록 항만 배후단지에 자유무역지역을 적기에 공급하고, 각종 물류인프라를 최첨단으로 조성하는 한편, 미'일'중'러 등 교역대국들과의 실질적인 교류강화를 통해 물동량을 확보하는데 전력해 나갈 것이다.

한반도의 정기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영일만에서는 올해 첫 해맞이에서 우리민족의 광명정신과 번영을 상징하는 길조이자 태양새인 삼족오가 날개 짓을 하며 떠올랐다. 영일만항이 개항하는 내년 8월에는 그 삼족오가 대구'경북의 꿈을 싣고 비상할 것이라는 큰 희망을 가져본다.

포항시장 박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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