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장님이세요?" 모 방속국의 기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대구의 축제문화에 관하여 취재를 하고 있는데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했다. 대구의 축제가, 특히 대구시의 대표축제인 컬러풀 축제가 너무 난삽하지 않은가 하는 것이 취재의 기본 취지였다. 새삼 대구의 축제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었다.
축제를 규정 한다는 것, 참 어리석은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축제만큼 그 내용이나 형식에 있어서 다양하고 복잡한 일이 또 있을까. 지구촌 구석구석 사람이 사는 곳이면 어디에나 크든 작든 제 나름의 축제는 반드시 있기 마련이고, 사람들의 겉모습이나 정서 그리고 버릇이 다 제각각이듯 그 문화와 시대와 상황에 따라 각양각색의 축제들이 끊임없이 변화하면서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굳이 규정한다면 축제란 거창한 수사가 필요없이 한마디로 잔치라 하겠다.
관혼상제로 대표되는 우리네 습속에서 보듯이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즐겁고 화나고 슬프고 기쁜 모든 감정들을 두루 담아 함께 들어내는 그런 큰 잔치가 곧 축제가 아니겠는가. 축제란 우리네 삶의 반영이요 살아있음을 서로 확인하는, 그리하여 서로의 삶과 정서를 돌아보고 서로를 어루만져주며 거리낌 없이 한데 어울려 한바탕 놀아제끼는 그런 난장이 진정한 축제일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축제의 바탕은 정서이고 놀이이다. 축제를 이루는 바탕은 논리이거나 생산적인 활동이 아니라 그러한 것으로부터 벗어남이란 말이다. 우리의 일상을 옭죄고 있는 여러 가치나 명분 도덕 같은 것으로부터, 또한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벌여야하는 숨막히는 경쟁들로부터 잠시나마 벗어나 아름다운 일탈을 누리는 것이 축제의 본질이다. 따라서 축제는 결과를 위한 행위가 아니라 그 과정을 통하여 누리는 그 무엇인가가 본질이다. 축제가 만들어 내는 것은 눈에 보이는 성과가 아니라 바로 보이지 않는, 보이지는 않지만 세상의 그 어떤 것 보다 귀한, 오로지 축제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정서적인 가치를 얻어내기 위한 행위이다.
헌데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축제에 정서가 아니라 논리적이고 물질적 잣대를 들이대기 시작을 했고 축제를 통한 경제적 가치를 요구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축제는 점차 신바람을 잃었고 경쟁의 도구로 변하면서 그 결과에만 집착하는 경제 논리에 의한 성과주의로 내몰리게 되었다. 이젠 축제는 그 과정이 아니라 결과의 숫자 놀음에 그 존재 가치가 좌우되는 새로운 굴레가 되어가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참으로 서글픈 일이다.
남의 장단에 흥을 일깨우라는 것은 참 억지이다. 억지 춘향이란 말이 있듯이 제 정서와 제 신명이 아니면 아무리 좋은 술과 음식, 좋은 옷, 호사스런 집이라 해도 감옥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아무리 좋은 장단과 노래라 해도 그것이 남의 장단이면 신명의 겨운 춤은 아예 불가한 일이다. 그저 팔다리를 흔들어 댈 뿐 그것을 춤이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체조라 하면 모를까...
우리의 축제는 더 이상 남에게 어떻게 보여질 것인가를 걱정해서는 안될 것이다. 또한 산업적 가치를 얼마만큼 만들어냈는가를 따져서도 안 될 일이다. 더욱이 우리의 귀한 세금을 쏟아 부어가면서 남의 문화와 남의 예술을 진작시키는 일에 골몰하는 어리석은 일을 이젠 당장이라도 그만 두어야 하겠다.
우리 대구의 대표축제인 컬러풀 축제의 난삽함은 이런 면에서 귀하다. 그 난삽함이 그저 어찌할 바를 몰라 보이는 우왕좌왕이 아니라 우리 이웃들의 삶의 다양한 모습을 반영하고 그들의 목소리와 모습을 직접 들어내게 하기 위한 시도에 의해 나타는 난삽함이라 보여지기 때문이다.
선택과 집중이란 말은 겉보기엔 참 명쾌하여 좋은 듯 보이지만 이는 성과주의를 대변하는 말인듯해서 매우 조심스럽다. 문화란 본디 개인의 삶들이 그 주체가 되어 그들의 모습이 집단화 한 것을 말한다. 따라서 사회가 분화하면 할수록 삶의 계층도 다양해지고 그들의 모습 또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록 다양해진다. 그러므로 앞으로의 축제란 이렇게 다분화해 가는 우리의 삶의 모습을 담아내기 위해서 끊임없이 새로운 장을 열어야 하고 그 크고 작은 여러 마당 안에서 우리네 다양한 정서들이 들어나야 할 것이다. 그 다양함을 들어내어 서로 소통하고 공유할 수 있을 때 진정한 축제는 이루어질 것이다. 우리네 일상속에서 개인의 삶과 정서가 담긴 사소한 예술적 행위들이 부끄러움 없이 들어나고 이것들이 점차 공유되고 통합되어서 커다란 축제를 이룬다면 그 얼마나 신바람 나는 일인가. 그리하여 개개인의 모두 주체가 되고 우리의 삶이 예술과 문화로 소통되고 공유되는 세상이라면 우리 모두 흥에 겨워 신명하는 춤을 출 수 있지 않겠는가.
이상만(돋움공동체 대표·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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