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미국발 금융위기가 불러온 국내 경제위기 해소와 관련해 내년도 예산편성 및 운용 방향에 대해 정반대 처방을 내놓고 있어 국정감사가 끝난 뒤 시작될 내년도 정부예산 심사에 험로가 예상되고 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지난 13일 기자간담회에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정부가 국민에게 희망을 줘야하는 만큼 경제운용 기본방향과 정책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며 정부가 예산안을 새로 짜올 것을 요구했다.
민주당의 주장은 정부가 내년 경제성장률을 5%로 높게 잡은데다 13조원대의 감세 정책을 발표했음에도 세입이 올해보다 15.6%나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는 등 부정확한 예상을 근거로 세입안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세출에 있어서도 복지예산을 사실상 축소함으로써 사회안전망 약화로 인한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지방재정에도 심대한 타격을 줄 가능성이 많은데다 최근 발생한 금융위기 여파까지 고려할 때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당 일각에서는 정부가 수정안을 제출하지 않을 경우 "국회 심의 과정은 파행이 불가피하다"는 강경론까지 나온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수용불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와 관련 최경환 수석정책조정위원장은 14일 "재정지출을 줄이거나 감세의 시기를 조정하지 말고 기존계획대로 밀고 가야 한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이같이 밝힌 뒤 "내년에 세수에 차질이 생기면 적자재정을 다소 확대하더라도 재정(지출)을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내년도 경제성장 전망이 불투명해 재정운용을 어떻게 가져가느냐가 초미의 관심사"라며 "하지만 내년에 세계 각국에서는 적극적인 재정의 역할이 강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경제성장률이나 금융위기 여파 등을 고려할 때 예산안을 일정 부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이와 관련 "지금과 같은 (금융위기) 상황이 장기화되면 영향을 받을 것이므로 당초 성장률 5%대를 기반으로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도 심의과정에서 조정할 필요성이 논의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예산에 대한 여야 간 때 이른 신경전이 결국 국정감사 이후 본격화될 감세 법안 처리를 둘러싼 기싸움과도 맞닿아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민주당으로선 정부가 제출한 소득세, 양도세, 상속세, 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감세법안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정기국회의 하이라이트라할 수 있는 예산안을 배수진으로 치면서 감세의 부당성을 알리는 명분을 쌓을 필요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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