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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문의 PS 보기] 긴 승부를 염두에 둬야

상위팀을 누르며 차례로 올라가야 하는 지금과 같은 준플레이오프 제도가 도입된 해는 1989년이다. 1995년, 1999년과 2000년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준플레이오프가 치러진 횟수는 모두 16번이었다. 그동안 준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에 이른 경우는 삼성(1990)과 롯데(1992), 그리고 SK(2003)가 한 번씩, 모두 세 번뿐이고 우승에 이른 경우는 1992년 롯데가 유일하다.

제도 자체가 하위팀에게 불리한 점도 간과할 순 없겠지만 사실 준플레이오프의 3전2선승제 자체가 합리적이지 못한 제도였다. 에이스를 동원하여 기선을 잡으면 기세를 그대로 이어갈 수 있었으므로 양팀 모두 첫 경기에 비중을 둘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매 경기에 총력전으로 충돌하고 3차전까지 가더라도 1차전의 에이스를 다시 투입하는 소모전을 펼쳤기 때문에 준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하더라도 플레이오프에서는 뒷심 부족에 시달렸다.

그러나 5전 3선승제나 7전4선승제는 상황에 따라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한판만 지면 벼랑 끝에 몰리는 3전2선승제에 비해 필요한 시기에 총력을 다해 상대의 흐름을 끊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5전3선승제의 경우 1, 2번의 에이스 투수가 두 번 출장하므로 한 번은 당하더라도 한 번은 잡는 총력전을 어느 시기로 결정하느냐에 따라 전체적인 승부의 방향이 갈라지게 된다.

양팀이 첫 경기부터 전력을 총동원하여 충돌할 수도 있지만 1, 2차전이 소모전이 되어버리면 이후의 양상은 의외의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어 섣불리 행하기 어렵다. 더구나 7전4선승제의 경우는 더 많은 변수가 숨어 있어 무리한 운영을 선택하면 할수록 반전의 기회는 오지 않는다. 이번 플레이오프는 2경기 더 늘어 7전4선승제임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필자는 삼성과 함께 22번의 포스트 시즌을 경험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승부가 투수력에 의해 결정되는 것을 보아 왔다. 비록 삼성이 준플레이오프에서 3연승으로 플레이오프에 왔지만 지금부터는 전략적 대응으로 긴 승부에 대비하는 것이 필요한 시기다.

최종문 야구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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