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0년 눈물겨운 외신사진이 전 세계에 타전됐다.
아기를 안은 엄마와 어린 아이가 서리를 맞은 듯 하얀 모습으로 죽은 사진이었다. 이라크군의 화학무기 공격으로 쿠르드족 1만여명이 희생됐고, 그 대부분이 여성 및 아이들이었다. 비무장한 아녀자를 향한 비인륜적인 공격이었다. 숨이 막혀 고통스럽게 죽었을 희생자들을 생각하며 전 세계가 사담 후세인을 비난했다.
이번 주에는 이들의 고단한 삶, 특히 아이들의 거칠고 힘겨운 세상살이가 영화로 방영된다. 쿠르드족 이란 감독 바흐만 고바디 감독의 '거북이도 난다'(SBS 영화특급 20일 오전 1시)이다.
영화를 보기 전 쿠르드족에 대해 잠시 알아보자. 그들은 이라크에 300만명, 터키에 1천만명, 이란에 500만 명, 그 외 시리아와 구소련 아르메니아 등지에 흩어져 살고 있는 소수민족이다. 각국의 이해관계 때문에 독립도 못하고 박해와 압제의 역사를 살아오고 있다.
1930년 6월에는 이란과 터키 국경에서 봉기를 일으켰으나 두 나라에 의해 진압되었으며, 1932년 4월에도 반란을 일으켰다가 영국군의 지원을 받는 이라크군에 의해 제압되었다.
터키에서는 1951년과 1965∼1968년에, 이라크에서는 1958년과 1970년 및 1978년에, 이란에서는 1950∼1953년과 1970년 및 1979년에 쿠르드족 문제로 인한 분쟁이 발생했다. 그들은 어느 경우에도 소수로서 약자였기 때문에 항상 희생을 당했으며, 10년에 한 번꼴로 대량 학살을 당했다.
1990년 전후 이란을 도운 보복으로 사담 후세인은 쿠르드족을 학살하고 5천만발의 지뢰를 살포했다. 영화는 도처에 지뢰밭인 죽음의 땅에서 그래도 희망을 캐며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라크 국경 산악지역.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임박했다는 소문에 사담 후세인의 핍박을 피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든다. 이들 중에는 어린이답지 않은 리더십과 조숙함으로 또래 아이들의 인정을 받으며 살아가는 '위성'이라는 소년과 전쟁 속에서 팔을 잃은 소년 '헹고'가 있다. '위성'은 '헹고'의 여동생인 '아그린'을 보고 첫눈에 사랑에 빠지나, 그녀는 전쟁 중 받은 상처로 늘 악몽에 시달리며 괴로워한다.
천진난만한 '아그린'은 사실은 애 엄마다. 이제 걸음마를 떼는 아들 '리가'가 있다. 그녀는 전쟁 중 군인들에게 겁탈당한 악몽 때문에 늘 자살을 생각한다. 전쟁이 임박한 가운데 '위성'은 지뢰를 내다팔고 무기를 사두는 등, 나름대로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나가면서 '아그린'의 관심을 끌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인다.
지뢰밭을 뒤지다 다리와 팔을 잃었지만 또다시 그 속을 헤매야 하는 현실이 관객의 속을 태운다. 특히 리가가 캐낸 지뢰들 사이에 갇혀 우왕좌왕할 때 혹 뇌관을 건드릴까 애간장을 녹인다.
공허한 상업영화와 달리 현실을 목도해야 하는 묵직함이 밀려든다. 특히 절망의 순간에서도 살아 있음을, 그리고 희망의 싹이 아직 남아 있음을 확인하는 순간 감동이 밀려온다. 97분.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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