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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내가 도서관에 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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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대한 인식이 과거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도서관을 꼭 필요한 기관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또 '사서'라는 직업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도서관 사서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어김없이 나오는 이야기가 사서로서 겪게 되는 비애나 황당한 경험들이다. 사서들은 사서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거나 한직으로 여기는 동료들을 험담하기도 하고, 도서관 에티켓을 무시하는 도서관 고객들을 어이없어 하기도 한다.

나 역시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도서관에 있으니 참 좋겠다. 일이 없어서…"라고 말하는 이들에게 "도서관에 일이 없다는 건 그만큼 그 기관 사람들이 무식하다는 뜻이니 누워서 침 뱉는 소리 하지 말라!"며 까칠하게 받아쳤다. 또 기본적인 도서관 이용수칙이나 용어를 모르는 학생들을 한심하게 생각했었다.

그런 내가 생각을 바꾸게 된 일이 있었다.

어느 날 '희망도서신청서'의 '서명(書名)' 항목에 자신의 이름을 멋지게 휘갈겨 써 '서명(署名)'을 한 신입생이 있었다. 나는 어이없기도 하고, 우습기도 해서 그 학생에게 "서명은 사인(Sign)하라는 것이 아니라 제목 적는 항목입니다"라고 설명해 주었다. 그러자 그 학생은 살짝 부끄러워하며 희망도서 신청서를 다시 써서 내게 주었다.

그 학생이 도서관을 나선 후 불현듯 '서명'의 뜻을 모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일상에서 '책제목'이라는 말을 많이 쓰지 '서명'이라는 말은 잘 쓰지 않는다. 따지고 보면 '서명'은 나와 같은 사서들이나 익숙하게 쓰는 말이다.

생각에 거기에 미치자 나는 내가 의학용어를 모르듯 도서관을 접해 보지 못한 사람들 역시 도서관에 대해 모를 수 있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또 사람들이 도서관에 대해 너무 모른다며 불만만 했지 그들과 눈높이를 맞추려는 시도는 해보지 않았다는 점을 돌아보게 되었다.

결국 한심하고 부끄러워해야 할 사람은 도서관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아니라 사서이면서도 도서관에 왜 있는지 몰랐던 나 자신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에게 사인을 해주고 간 그 학생이 도서관도, 책도, 사서도 결국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는 아주 기본적인 사실을 일깨워준 선생님이었던 것 같다.

문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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