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라면 몸서리 나는데 그래도 하겠다니 어쩌겠어요."
아버지와 두 아들, 며느리까지 경찰이다. 1976년 순경으로 경찰에 입문한 이상렬(56·강북지구대 경위)씨의 부인 황명자(51·여)씨는 "가족이 나만 빼고 모두 경찰이라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법을 지키는 습관이 몸에 뱄다"며 "무단횡단은 꿈도 못 꾼다"며 웃었다.
이씨의 가족은 말 그대로 경찰 가족이다. 가족의 계급장을 다 합하면 무궁화 한 송이를 무궁화 꽃봉오리 8개가 받치고 있는 모양이다. 아버지 이씨는 무궁화 한 송이의 경위. 꽃봉오리 3개인 큰 아들 이성희(30·경기 구리경찰서 경장)씨와 부인 김현주(31·경기 양평경찰서 경장)씨, 마지막으로 둘째 아들인 이창주(28·대구경찰청 기동1중대 순경)씨가 아버지를 떠받치는 형상이다.
자신이 걸어온 30여년의 경찰 생활을 두 아들이 비슷한 나이에 시작했지만 이씨의 걱정은 만만찮다. 두 아들이 경찰이 되겠다고 했을 때부터 걱정은 이미 시작됐다고 했다. 아이들이 힘들게 경찰 시험에 합격하는 모습을 보면서 경찰이 인기직종이 됐다는 것을 실감했다는 이씨.
사회적 평가뿐 아니라 경찰의 처우도 월등히 나아졌다. 1978년 아버지 이씨가 결혼할 당시만 해도 월급은 6만원. 3천원짜리 월세방에서 신혼집을 차렸다는 황씨는 최근 작은 아들이 내민 첫 월급 명세서를 보고 겨우 마음이 놓였다고 했다. "170만원을 받아왔더군요. 경기가 안 좋다고들 하는데 먹고 살 정도는 받으니 그래도 다행스럽습니다."
경찰 며느리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경찰 커플이 될 운명이었을까. 아들과 며느리는 2004년 경찰시험에 나란히 합격했다. 이씨는 "큰 아들과 며느리가 캠퍼스 커플이었는데 함께 경찰이 됐다"며 "경찰에 대한 거친 이미지는 우리 가족에겐 예외"라고 말했다.
이씨는 두 아들과 며느리에 대한 각별한 애정도 한 마디 곁들였다.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자신이 선택한 경찰의 길을 자랑스러워하자는 것. 이씨는 "두 아들이 의무경찰로 제대해 경찰 시험에 합격했다"며 "대학을 중도에 그만두고 입문할 정도로 집념이 있다면 당연히 그래야하지 않겠냐"고 웃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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