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 아이도 혹시 자폐증?

눈맞춤 못하거나, 유별난 집착보이면 관찰을

▲자폐성 장애를 완치할 수 있는 치료법은 아직 없지만 애착·언어 치료 등을 통해 언어 및 사회성을 호전시킬 수 있는 만큼 가능한 한 빨리 발견해 자녀의 증상을 받아들이고 치료하는 게 최선이다. 영화
▲자폐성 장애를 완치할 수 있는 치료법은 아직 없지만 애착·언어 치료 등을 통해 언어 및 사회성을 호전시킬 수 있는 만큼 가능한 한 빨리 발견해 자녀의 증상을 받아들이고 치료하는 게 최선이다. 영화 '말아톤'의 한 장면.

자폐아가 늘고 있다. 미국 유명 정신과 저널들에 따르면 1994년 아동 1만명당 2~5명꼴로 추산되던 자폐성 장애 환자가 최근 1만명당 60~100명(0.6~1%) 정도로 급증했다고 한다. 또 경북대병원을 찾은 전반적 발달 장애 환자도 2003년 127명에서 올해 10월 현재 234명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자폐증은 언어, 지능 등 전반적인 발달이 또래에 비해 현저히 뒤처지는 증상으로, 아이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보다 일찍 발견할 수 있는 질환이다. 최근 자폐아가 급증한 것도, 자녀 수가 적어진 반면 관심은 커지면서 조기에 발견해 병·의원을 찾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렇다면 아이가 어떤 행동을 보일 때 자폐증을 의심해 봐야 할까?

◆자폐아의 기준과 진단

자폐아의 특징은 발달 과정에서 다른 사람과의 사회적인 상호 관계 및 작용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또 언어 발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관심 영역이 매우 제한돼 반복적이고 독특한 행동을 한다. 이처럼 사회적 상호 교류, 언어 발달 및 독특한 행동 문제 등 3가지 영역에서 모두 발달 지연 현상을 보일 때 보통 자폐성 장애로 진단한다. 자폐 장애 진단에는 발달 장애 외에도 신체적, 의학적, 신경학적인 검사가 필요하다. 청력 장애가 있는 경우에도 자폐증과 유사한 증상을 보일 수 있고, 유전자 이상 때문에도 이러한 증상을 나타낼 수 있기 때문에 청력 검사와 유전자 검사도 하는 게 좋다. 듣고 말하는 것이 다 느린 언어 발달 장애 경우도 자폐 아동과 유사하게 보이기 때문에 자칫 자폐증으로 오인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감별 진단을 할 필요가 있다. 자폐증의 원인은 현재 유전적 요인이나 유전과 환경적 요인의 상호 작용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아직 자폐 장애를 설명할 수 있는 정확한 유전 모델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많은 자폐아가 기질적인 뇌증후군을 앓고 있고, 이들 중 상당수가 출산 전 문제, 출생 시 및 출생 후 합병증과 관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폐아의 증상

아이들이 다음과 같은 행동을 보일 때 전문의를 찾아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사회적 관계의 어려움=자폐 장애를 쉽고 빠르게 알 수 있는 방법은 눈맞춤을 제대로 하는지 여부를 파악하는 것이다. 자폐아들은 나이가 많이 든 뒤에도 제대로 된 눈맞춤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 원하는 물건을 둘째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등의 행동을 보이기 때문에 자세히 관찰하기만 해도 일찍 이상을 발견할 수 있다. 또 또래 아이들에게 관심이 없거나 다른 아이들이 접근해도 반응을 보이지 않고 피한다. 음식이나 물건 등을 다른 사람과 나누려 하지 않고 즐거워도 쳐다보며 웃는 등의 행동도 하지 않는다. 부모가 슬퍼하거나 아파해도 위로하는 행동을 하지 않고, 자신이 관심 있는 것에 대해선 사회적으로 부적절한 방식으로 접근하기도 한다. 영화 '말아톤'에서 얼룩말을 좋아하는 주인공이 얼룩말 무늬 치마를 입은 여자의 엉덩이를 만진 것과 비슷한 경우다.

▷의사 소통 어려움=언어 사용 수준이 또래에 비해 크게 떨어지고 어떤 경우엔 4개 이하의 단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다른 사람의 행동을 자발적으로 따라하는 경우가 없고 소꿉놀이 등의 놀이도 하지 않는다. 한 가지 주제로 이야기를 해도 3, 4번 이상 주고 받기가 되지 않아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다. 이전에 들은 말이나 이야기를 한참 지난 후 부적절한 자리에서 사용하기도 한다. 특히 '너' '나'와 같은 대명사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안녕히 가세요'와 '안녕히 계세요'를 여러 번 교육해도 구분하지 못한다.

▷제한된 관심 범위와 유별난 행동=신호등, 엘리베이터, 장난감 바퀴 등 자신이 좋아하는 주제에 대해 집착을 보이는데, 집의 벽에 엘리베이터를 그려놓고 혼자 엘리베이터를 타는 놀이를 하는 식이다. 또 다른 사람과 이야기할 때도 자신이 좋아하는 주제에 대해서만 말할 뿐 다른 사람이 관심이 있는지 여부는 상관하지 않는다. 부모에게 말을 할 때도 특정한 순서로 말하거나 어린이집 등에 갈 때도 똑같은 길로만 가는 것을 좋아한다. 집의 가구 배치가 달라져도 매우 불안해 한다. 특정 감각에서 강한 자극을 추구하는데 엄마의 머리카락을 만지면서 코로 냄새를 맡거나 여성용 스타킹을 신은 여자 다리를 만지는 등 특정한 촉감을 선호하기도 한다.

◆치료 및 예방법

자폐아를 자녀로 둔 부모는 자녀에게 '어떻게 도움을 줘야 할지' 막막해 한다. 이들에 대한 정부의 공교육 시스템 및 지원이 부족하다 보니 어떻게든 학교에 들어가기 전 정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감에 시간과 경제적인 모든 것을 쏟아 붓기 일쑤다. 그렇지만 자폐증 치료의 원칙은 가족 전체에 지나치게 부담을 주는 치료를 무리하게 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치료 기간을 길게 봐야 하고 노력에 비해 크게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방치해서도 안 된다. 성장에 맞춰 치료 계획을 수정해 주고 정기적으로 소아정신과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공동 생활 훈련, 직업 재활 프로그램 등 필요한 특수 교육 및 치료를 해야 한다. 아울러 국가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장애 진단을 받거나 지역 사회와 연계해 도움을 받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가족의 관심이 가장 중요한데, 사회성 발달에는 눈맞춤이 가장 중요한 만큼 대화할 때도 꼭 눈을 맞추면서 이야기하는 게 좋다. 현재까지 자폐증의 핵심 증상에 효과가 인증된 약물 치료는 없지만 자폐증 아이가 겪는 어려움을 완화하고 다른 치료의 효과를 극대화시킬 경우 약물 치료를 적극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아직 이렇다할 예방법은 없다. 다만 최대한 빨리 발견해 아이의 특성을 바로 알고 치료해야 이차적인 어려움을 줄여줄 수 있고 증상도 호전시킬 수 있다. 또 산전 진단을 제대로 받아 출산 시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도움말·정운선 경북대병원 정신과 교수

※아래 세 영역에서 최소 6가지 이상이 해당돼야 하며 사회적 상호작용 장애에서 최소 2개, 의사소통 장애와 제한적이고 반복적 행동영역에서 각 1개 이상이 있어야 한다.

◆사회적 상호작용 장애

▷시선접촉, 얼굴표정, 몸짓 등 행동에 심각한 어려움이 있다.

▷발달수준에 맞는 또래관계를 형성하지 못한다.

▷자발적인 놀이나 즐거움을 다른 아이와 공유하지 못한다.

▷사회적, 감각적 교류가 부족하다.

◆의사소통 장애

▷전반적인 언어발달이 늦다.

▷대화를 시작하거나 유지하는 능력이 아주 떨어진다.

▷언어 표현이 특이하다.

▷발달수준에 맞는 사회성관련 놀이가 부족하다.

◆제한적이고 반복적 행동

▷한 가지 또는 제한된 흥미를 비정상적일 정도로 집착한다.

▷특정한 규칙에 몰두한다.

▷손 흔들기 같은 반복적인 운동 매너리즘이 있다.

▷사물의 일부분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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