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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추억의 수학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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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포털 커리어가 지난해 성인 남녀 1천3백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98.0%가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학벌과 직장'연봉 등 현 상황에 만족하지 못해서"가 가장 큰 이유였고, 그 다음이 "옛 추억을 되새기고 싶어서"로 나타났다. 돌아가고 싶은 시점으로는 압도적으로 '고교시절'을 손꼽았다. 20, 30대 대상 조사였지만 50, 60대를 대상으로 했더라도 비슷한 결과로 나타났을 것이다.

물론 우리 주변엔 "지긋지긋한 공부가 싫어서" 그 시절로 돌아가는 걸 절대 사양한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수했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 미래에 대한 설렘과 까닭 모를 두려움이 겹쳐지던 그때가 그래도 가장 때묻지 않고 아름다웠던 시절로 기억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돌아갈 수 없는 고향처럼 아련한 그리움으로만 남아 있는….

요즘 古都(고도) 경주에는 고교 졸업 30년, 35년, 더러는 50주년을 기념하는 이색적인 수학여행단들의 발길이 잦은가보다. 지난 주말에도 전남의 여수상고 졸업생들이 졸업 35주년을 맞아 경주 수학여행을 왔다 한다. 평균 나이 55세. 남녀 공학인 졸업생들은 비록 얼굴엔 잔주름이 자글거리지만 여학생들은 하얀 삼각 칼라의 까만 교복, 남학생들은 그 멋없는(?) 획일적인 교복차림으로 삼삼오오 첨성대 등을 둘러보며 웃음꽃을 피웠다고.

신라문화원이 침체된 경주 관광경기 활성화를 위해 일종의 '추억 마케팅'으로 지난해부터 시작한 '추억의 경주 수학여행' 프로그램이다. 과거 국내 수학여행의 최고 명소로서 우리 국민 대다수가 경주 수학여행의 추억을 갖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개발됐다 한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일본의 소설가 오에 겐자부로는 '나의 나무'란 작품에서 "인간의 삶에는 아이 때의 삶이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고교 시절을 그리워하는 우리 한국인의 삶엔 고교시절의 삶이 계속되고 있는 걸까.

'젊은이는 추억을 만들기 위해서 살아가고, 늙은이는 추억을 되새기기 위해 살아간다'고 한다. 행복했던 날들에 대한 기억이 많은 사람일수록 삶에 윤기가 흐르기 마련이다. 경제난으로 한층 팍팍해진 우리네 일상에 이런 자잘한 '도돌이표' 이벤트가 미소를 짓게 만든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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