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도 부산영화제나 광주비엔날레처럼 대구를 대표하는 문화행사 하나쯤 만들 수는 없을까.
지난 28일 대구아트페어(11월 2일까지)개막식에 참석한 문화예술인들은 대구에 굵직굵직한 문화행사들이 잇따라 마련된 데 대해 반기면서도 1회성 반짝 행사로 끝나는 전례를 더 이상 되풀이 해서는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의 대표문화행사 불가능하기만 할까. 그 현장의 소리를 들어봤다.
# 1회성 행사는 더 이상 안 된다.
대구에는 10월 들어 오페라축제를 비롯해 대구아트페어 대구사진비엔날레(30일~11월 16일) 아트인대구(31일~11월 3일) 등 큼지막한 행사들이 잇따라 열리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행사들이 일회성으로 끝나거나 일부 예술인의 행사로 끝나는 데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행사를 지속해줄 시스템이 없습니다. 행사를 위한 조직위원회나 사무국이 행사가 끝나면 해체하는 식의 지금 방식은 안 됩니다. 조직위가 늘 가동돼 올해 행사가 끝나면 내년의 행사를 준비하는 시스템이 갖추어져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는 알찬 행사를 준비할 수 없습니다. 행사를 코앞에 두고 조직위를 급조하는 관행으로는 좋은 행사를 만들 수도 없고 단발성 행사를 자초하는 길입니다."(석재현 사진작가)
"대구시에서 주관하는 여러 가지 소규모 행사나 구청 단위의 행사남발을 지양하고 가능한 한 한 두개 행사에 초점을 맞추어 연계성 있는 행사를 집중 지원해야 합니다. 여러 단체를 안배하는 식의 대구시의 지원도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입니다.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는 행사는 더 이상 없어야 합니다." (장미진 미술평론가)
# 대표상품으로 만들 힘이 필요하다
시대의 흐름에 맞는 행사 성격에 대한 주문도 많았다. 토털아트시대에 걸맞게 소비자 욕구에 맞는 행사를 만들 역량을 갖출 인재와 여러 장르를 엮어내 상품으로 만들 사람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았다.
"이제는 상품이 되는 행사를 엮어낼 줄 아는 매니지멘트를 키워야 합니다. 그리고 아트페어의 경우 장사를 잘하는 대표비지니스맨이 있어야 합니다. 행사를 위한 행사가 아니라 행사 목적에 맞는 행사를 꾸미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정은기 조각가)
"전문화되지 않은 공무원, 욕구만 부글부글 끓을 뿐 이것을 하나로 이끌어내지 못하는 예술인들, 그 사이 중간지점에서 이들의 단점을 보완하고 한데 엮어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공무원과 예술인의 열정을 서로 엮어서 시대에 맞는 행사로 이끌만한 안목과 역량이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권원순 미술평론가)
"지금 '아트페어'와 '사진비엔날레' '아트인대구'가 한꺼번에 열리고 있습니다. 여기에 옥션도 열립니다. 서로 엮어 파이를 늘리고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방법이 마련돼야 합니다. 행사기간 동안 셔틀버스 운행도 한 방법일 것입니다. 같은 기간에 열리는 행사를 주최하는 이들 끼리도 활발한 소통이 있어야 합니다." (서영진 M옥션팀장)
"대구시의 경제적 지원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선택과 집중의 과감한 지원뿐 아니라 행사를 주관하는 단체들도 행사의 질을 높이는 데 모든 관심과 열정을 쏟아야 합니다."(최영은 예총회장)
# 공무원· 예술인 모두 바뀌어야 한다.
예술인들이 자신이 속한 단체나 장르별 이기주의에 갇혀 있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많았다. 음악행사에도 미술인이, 미술행사에도 음악인이 서로 돕고 소통해야하는 시점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예술인에 군림하려는 관의 자세변화도 절실하다는 데 공감했다.
"전문성있는 공무원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 단체 저 단체 적당하게 안배하는 지원방식은 없어져야 합니다. 실력과 열정의 단체를 지원하는 단호함이 필요합니다. 또 예술인들의 장르별 끼리끼리 문화는 서로에게 해를 끼칠 뿐입니다. 크게 보고 생각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권원순 미술평론가)
"예술인들의 장르별 단절이 문제입니다. 이제는 모든 장르가 힘을 모아야 제대로 된 행사를 만들 수 있는 시대입니다. 장르별 화합과 소통이 절실한 시대입니다. 대구대표축제는 예술인들의 열린 자세가 없으면 불가능합니다."(장미진 미술평론가)
#싹이 보인다.
서울사람을 대구로 끌어내리려는 노력이 두드러진다. 대구사진비엔날레 측은 여행사와 손잡고 행사기간 동안 특정 열차시간을 정해 대구로 내려오고 서울로 되돌아가는 관람객을 위해 KTX 50%할인 행사를 벌인다. 대구아트페어 측도 서울컬렉터를 대구로 끌어들이기 위해 VIP초대행사를 마련했다. 100명을 초대해 KTX 특급 상·하행 티켓을 배포했다.
"대구의 특성을 살리면 됩니다. 대구는 전국의 미술컬렉터와 화랑들이 가장 관심을 많이 가지는 지역입니다. 유망작가를 발굴하고 키울 수 있는 견본시장으로 대구아트페어는 대구의 대표행사로서 손색이 없을 듯합니다."( 한기숙 대구화랑협회장)
"대구는 서울 다음으로 큰 미술시장입니다. 서울화랑가에서는 '대구작가를 잡으면 성공한다'는 말이 나돌 정도입니다. 그 만큼 대구는 미술시장의 토양이 마련돼 있습니다. 부산이 따라올 수 없는 여건을 갖추고 있지요." (박춘자 송아당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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