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뜸은 조상들이 물려준 보물입니다. 침(針)은 전세계에 알려졌지만 뜸은 우리밖에 모르죠. 이 보물의 맥을 끊어서는 안됩니다."
구당(灸堂) 김남수(93) 옹은 우리나라(서울 남수침술원)에서 활동하고 있는 거의 유일한 침사이다. 지난 추석에 한 방송사에서 방영한 특집 프로그램 '구당 김남수 선생의 침뜸이야기'가 전파를 타면서 단번에 전국적인 스타로 떠올랐다. 12년 전 출간된 그의 책 '나는 침뜸으로 승부한다'는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아마 역대 최고령 스타가 아닐까 싶다.
지난 25일 뜸사랑 대경지부가 주최한 '구당 선생님 침'뜸 이야기' 강연회에는 그를 보기 위해 수백명의 시민들이 입추의 여지없이 몰려들었다. 50년 전 법과 제도 밖으로 사라진 침'뜸의 맥을 잇고 되살리려 평생을 바쳐온 그의 손과 입에 수백명의 눈길이 모아졌다.
"뜸은 부작용이 없고 뜸자리만 알면 누구나 집에서도 할 수 있어요. 저렴한 비용과 노력으로 서양의학이 넘볼 수 없는 영역까지 고칠 수 있는 뜸을 널리 알려야죠. 평생동안 침과 뜸을 뜨면서 확신이 더 강해집니다."
그는 평생을 침과 뜸으로 환자를 치료해왔다. 침구사였던 선친의 어깨너머로 침과 뜸을 배워 11살 때부터 침'뜸을 시작했으니, 80년이 넘는 세월이다. 현대의학이 고치지 못한 환자들도 수없이 살려냈다고. 침과 뜸의 효능은 인종과 장소, 시간과도 상관없다. 침'뜸을 들고 전세계를 누비며 백인들에게 침'뜸을 놓은 결과 역시 그들에게도 통했다. 금세 유명인사가 돼 감사하다는 인사를 수도 없이 받았다. 심지어 미국은 영주권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선진국들은 대체의학을 개발하고 선점하려고 노력하는데 왜 유독 우리만 뒷짐지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런 그가 1943년 침술원을 개원한 이래 65년만에 처음으로 지난달 자격정지를 당했다. 침사 자격만 있는 김옹이 '구사' 자격증 없이 뜸을 놓았다는게 그 이유다. 그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다.
침이나 뜸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의료계의 반발에 대해 그는 어떻게 생각할까? "요즘은 머리카락보다 가는 침을 쓰기 때문에 침으로 사람을 죽이려 해도 죽일 수도 없어요. 뜸 역시 마찬가지죠. 옛날엔 효과를 위해 커다랗게 뜸을 뜨기도 했지만 요즘은 쌀 반톨만한 자리에 뜸뜨는게 전부니, 부작용이 없습니다." 침과 뜸이 비과학적이라고 주장하려면 더 과학적으로 질병을 고칠 수 있는 결과를 내놓아야 하는게 아니냐고 반문한다.
그가 정식 침사 자격증을 받은 것은 1943년. 요즘도 오전 6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하루종일 50여명의 환자를 본다. 하루종일 서서 해야 하는 고된 일이지만 그는 여전히 생기가 넘친다. 나이에 비해 20년은 젊어뵈는 비결이 궁금했다. "뜸이에요, 뜸. 평생 하루 한번 뜸을 떠왔죠. 그 흔한 피로회복제 한병 먹은 적 없어도 내가 늙었다고 생각한 적 없어요." 그는 침'뜸을 공부하는 회원들 역시 모두 건강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1962년에 사라진 '침구사 제도'의 부활을 주장한다. 하지만 자칫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지는게 싫단다. 그 옛날 조상대대로 내려오던 선조들의 지혜를 지키려는 것뿐이다. "옛날엔 마을마다 침놓고 뜸뜨는 의원이 있었죠. 한밤중이라도 열일 제쳐놓고 달려가 침을 놔주곤 했어요. 그 때 자격증이란게 있었나요." 침과 뜸이 멸시당하기 시작한 것은 일제시대부터다. 전통문화는 모두 배척했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자칫 침'뜸이 만병통치로 잘못 알려지는 것은 우려된다. 한계는 분명히 있다는 것. 그는 환자들에게 고칠 수 있는 것, 못고치는 것을 분명히 얘기해준다. 대신 '자르고 꿰매는' 서양의학과 달리 우리 의학은 '자연 그대로 놔두고 몸속 약성분을 원활하게 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현대의학이 할 수 없는 영역을 담당할 수 있다고.
그는 물리치료사처럼 침구사도 합법화, 역시 병원에 상주시키며 환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아픈 사람은 병을 고칠 수 있어 좋고, 국가는 의료비가 줄어들어 좋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강연 내내 "인류 역사와 함께 해온 침'뜸을 마치 사이비처럼 매도하는 것이 안타깝다"면서 "조상이 남겨준 지혜와 기술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뜸사랑봉사단 회장인 그는 자신의 침'뜸 기술을 '뜸사랑' 회원들에게 전수하고 있다. 전국 4천여명의 회원을 둔 '뜸사랑'에 대통령과 한의사 빼고는 모든 직업군이 포함돼 있단다. 전 장관, 국회의원, 의사 할 것 없이 침과 뜸의 효능을 직접 체험한 후 '배워서 남주자'를 주창하며 침과 뜸을 들고 봉사를 한다는 것.
뜸사랑 대경지부 회원들 역시 조만간 20여개의 봉사소를 만들어 노인들을 대상으로 침'뜸 무료봉사를 할 예정이다.
"수천년 동안 이어져온 침과 뜸은 앞으로도 영원합니다. 이렇게 좋은 것을 많은 사람이 알고 가능한 한 병을 앓지 않도록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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